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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필의 인생 낚시터] 유쾌한 명절기획 '젊은 어른'에게 맡겨보자

  • 입력 : 2018.09.13 00:05:02   수정 :2018.09.13 17: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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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남 말하듯 하지 말고, 우리 집안 이야기부터 해보자. 이번 추석을 앞두고 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아들과 조카들이 벌초를 다녀왔다. 오고 가는 길에 아들과 큰조카 사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명절 때마다 차례 준비로 고생하는 (큰)엄마 대책을 고민했다. 차례상을 요란하게 차리기보다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기리고 가족들의 유대감을 높이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 그렇다면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커피와 술 한 잔 올리고,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씩 준비하거나 외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 끝에 각자 부모님에게 이를 제안하기로 했단다.
그 얘길 듣고 형님네와 우리는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특히 차남인 나는 늘 형님과 형수님에게 많은 부담을 지운 것 같아 죄송했는데 귀가 번쩍 뜨였다. 카톡방에서 신속한 협의가 이루어졌다. 우선 이번 추석 기획을 조카 항렬의 `젊은 어른`들에게 일임했다. 우리는 옆에서 도와주고, 그 결정을 따라주기로 했다. 드디어 지난주에 다음과 같은 추석 기획안이 나왔다. 추석 전날 가족들이 양평의 펜션에 모여서 같이 놀고, 저녁에 집안 행사 전반을 개혁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물론 진행도 `젊은 어른`이 맡는다. 추석날은 간소하게 차례를 지낸 후 성묘를 하고 헤어진다.

워크숍 결과에 따라서는 내년 설날이나 집안 행사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리라. 무척 기다려진다. 그런데 처가 한마디한다. `아버님 살아계실 때 설득 못 하고, 이제야 이야기하냐?` 그 말을 듣고 뜨끔했다. 생각이 꿰매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생각이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나아갈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다. 지난봄 `50+인생학교`에서 50+세대의 새로운 문화 만들기 프로젝트를 했다. 그중 한 팀이 `신나는 명절학교`를 준비했다. 여러 안이 나왔다. 가족에게 교대로 휴가 주기, 차례상을 간편하게 차리거나 조상님의 위패를 챙겨 제주도나 외국으로 가서 차례 지내기 등.

더욱이 문헌 조사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명절의 유래와 차례의 의미를 학습하는 기회까지 얻었다. 그에 따르면 차례란 말 그대로 조상님께 차를 올리는 가벼운 예절이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차를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비싸 맑은 물이나 술로 대신했다. 그러다가 성리학이 조선의 통치이념이 되면서 제례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고조까지 4대 봉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작 `경국대전`에는 6품 이상은 3대, 7품 이하는 2대, 서민은 부모 제사만 지낸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조선 말기에 너도나도 양반 행세를 하고 가문의 위세를 과시하려다 보니, 3대 제사가 기본이 되었다. 급기야 21세기인 지금까지 음식을 장만하고 뒷정리를 하는 여성들은 물론 눈치를 보며, 조금 거들다 마는 남자들까지 모두가 고통받는 명절과 제사가 되었다.

이제 추석 열흘 전이다. 친인척이 묶인 카톡이나 밴드에서 21세기에 맞게 명절을 지낼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이 칼럼을 참고 자료로 써도 좋을 것 같다. 결론이 쉽게 나오지 않으면 천천히 가도 좋다.
모두의 합의가 중요하니까. 그러면 추석 차례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끝낸 자리에서 내년 설날을 기획해 보면 된다. 가능하면 `젊은 어른`들도 동등한 자격으로 논의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아예 `젊은 어른`들에게 기획과 진행을 맡기고, 그들이 마련한 안을 토대로 함께 협의해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젊은 어른`들이 전통을 고민하고, 지금에 어울리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들을 뒤에서 지지하고, 도와주는 50+세대의 모습이 멋지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내년 결혼을 앞둔 조카가 온 가족이 즐겁게 참여하는 명절을 함께해서 좋다. 내년에는 어느 집의 며느리가 되어 많은 고민을 하겠지만 우리 때와는 다른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광필 50+인생학교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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