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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흙막이공사 주변건물 이상 확인 의무화해야

  • 입력 : 2018.09.13 00:04:01   수정 :2018.09.13 18: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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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상도동의 한 공사현장에서 터파기를 위해 만든 흙막이 벽체가 무너지면서 바로 옆 유치원 건물이 붕괴 위기에 빠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한밤중에 일어난 일이라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100명이 넘는 어린이를 포함해 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대형 참사가 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더욱이 불과 일주일 전 서울 가산동 오피스텔 공사장 주변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 인근 아파트 주차장과 도로에 큰 지반 함몰이 발생한 적이 있던 터라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흙막이 공사는 건물을 지을 때 땅을 깊이 파내야 하는데 이때 흙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재나 시멘트를 사용해 임시로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일정 깊이 이상의 흙막이 공사를 할 때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흙막이 공사현장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막을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먼저 빗물과 지하수에 의한 영향을 꼽을 수 있다. 이번에 일어난 사고도 근래에 내린 집중호우가 원인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빗물이 공사현장으로 흘러들면서 지반이 약해지고, 물을 듬뿍 먹은 토사까지 밀려들면서 흙막이 옹벽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지하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같은 원인이 될 수 있다. 흙막이 굴착공사는 땅을 깊게 파기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이 고이고 공사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공사장과 주변에 영향이 없도록 배수로를 만드는 것과 같은 안전조치를 충분히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사전에 지질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흙은 성분이 확실치 않고 지역에 따라서도 성질이 크게 다른 게 보통이다. 따라서 흙막이 공사 방법을 선택할 때는 흙의 성질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공사에서는 현장 접근이 어려워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당초 계획과 다른 위치를 조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현장 조건과 다르게 설계가 이뤄지고 이를 근거로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다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철저한 지질조사가 담보돼야 하는 이유다.

한편 흙막이 벽체는 영구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본건물을 짓기 위한 보조 공사로서 공사 후 제거해야 하는 임시시설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시공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게다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흙 상태가 당초 조사 결과와 다르고 공법이 적합하지 않더라도 설계 변경이 쉽지 않다. 긴박한 현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단층이나 연약 지반과 같은 예상하지 못한 요소가 발견되면 현장 상황에 맞게 흙막이 공법을 즉각 변경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공사를 하면서 주변 건물에 이상은 없는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즉, 주변의 기존 건물에 계측장비를 설치해 공사에 따른 영향으로 지반 상태에 변화가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변화를 사전에 예측해야 한다. 거주자가 느낄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던 이번 사고현장에서도 이 과정은 없었다. 앞으로 현장 계측을 통해 주변 건물 상태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기술이 적극 활용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또 위기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 대응 매뉴얼도 마련돼야 한다.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하는 10m 이상 흙막이 현장은 매년 900건에 달한다고 한다. 많은 현장에서 설마 별일이야 있겠나 하는 안전불감증이 팽배한 것도 문제다. 비용과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싸고 간단한 흙막이 공법으로 바꾸는 시도도 근본적으로 차단돼야 한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공사현장에서 공무원, 감리자, 시공자가 모두 충실하게 책임을 다할 때 반복되는 건설현장의 흙막이 붕괴 사고를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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