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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부동산 놓치면 다 놓친다

  • 심윤희 
  • 입력 : 2018.09.11 00:07:01   수정 :2018.09.11 17: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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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에 끌려다녔다.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며 대책을 쏟아냈지만 비이성적으로 뛰는 시장은 쉬 잡히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말 시행착오를 인정하며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한 데 이어 이듬해 신년연설에서는 "부동산, 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다. 다른 것을 다 잘했다 치더라도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권에 치명타를 입혔고,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지금의 부동산 광풍을 보면 참여정부 시절의 악몽이 떠오른다. 과잉 유동성이 집값을 밀어올리는 상황부터 투기세력 기승, 우왕좌왕하는 정부 모습까지 그때와 판박이다.

왜 집값은 다시 타올랐을까.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는 참여정부에서 3년간 부동산 정책에 관여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다. 패장에게 다시 사령탑을 맡기는 것이 의외였지만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는 8·2 부동산 대책 발표 때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재수`는 성공적이지 않아 보인다.

참여정부가 뒤늦게 시행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초반에 도입해 유동성 관리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했다. 하지만 그 후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전세대출 등으로 물꼬를 열어놓아 돈줄은 조여지지 않았고 시장은 요동쳤다. 강도 낮은 보유세 개편이나 공급 확대 로드맵을 초반에 내놓지 않은 것도 실책이었다. 대표적인 헛발질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었다. 임대등록을 하는 다주택자들에게 세금 혜택뿐 아니라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허용해주면서 갭투자가 성행했고,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을 낳았다.

물론 집값 폭등은 현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지금의 유동성 과잉은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기부양 수단으로 규제를 대거 푼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다고 시장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린 문재인정부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세제, 대출, 공급을 총망라한 8번째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당·정·청 엇박자로 인한 혼란을 잠재우려면 이제 `부동산 운전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잡아야 한다.

1967년 투기억제세 도입부터 치면 정부는 50년간 `집값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일관성을 잃고 냉온탕을 오간 탓에 `부동산 불패`라는 잘못된 믿음을 키웠다.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해 허둥대기보다는 과거 정책 실패를 복기해보고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장기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 신도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노출된 후보지는 이미 공급이 넘치는 경기권이다. 2005년 집값 안정을 위해 추진한 판교 신도시는 `판교발 집값 폭등`을 유발했고, 2006년 발표한 검단, 청라, 광교 등은 2008년 위기가 덮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주머니에 "수요가 있는 서울 도심에 공급하라"는 시장 요구에 대한 답이 들어 있는지는 미지수다. 8·31 대책을 준비 중이었던 2005년 7월 건설교통부는 `임대주택 건립 등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한 재건축 용적률 확대`를 건의했다. 하지만 격론 끝에 이해찬 당시 총리는 "현시점에서 섣불리 재건축 이야기를 꺼내면 다시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회의를 끝냈다. `재건축 딜레마`는 임대주택 확보와 강남 공급이 가능하지만 집값을 자극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뜨거운 감자`여서 외면했던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합리적인 도심 공급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부동산 쏠림을 해결할 수 있는 대체투자 시장 육성도 시급하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에 있어 `제3자`란 없다. 자가든 전세든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잠겨 있는 구조이다 보니 집값 등락은 예민한 문제다. 소득 양극화에 이은 자산 양극화 심화로 사회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이들은 정부 말을 믿고 매수를 미룬 무주택자, 내 집 마련이 멀어진 청년층, `서울 불패, 지방 필패`로 소외된 지방 거주자들이다.
문재인정부는 지금 중대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경제고, 발등에 떨어진 불은 부동산이다. 민심이 싸늘하다. 부동산을 놓치면 다 놓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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