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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필동정담] 벼랑 끝 유치원

  • 이동주 
  • 입력 : 2018.09.11 00:05:01   수정 :2018.09.11 17: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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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는 한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지 않아요. 여러 요인이 쇠사슬처럼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 뻥 터지지요. 예를 들어 화재사고를 보더라도 누군가 위험한 물질을 그 시간 그 자리에 갖다 놓았고, 마침 불이 붙을 만한 상황이 생겼고, 하필 그 불이 인화물질 쪽으로 번졌고, 관리책임자는 정신줄을 놓고 있었고, 초동대응도 미흡했고… 그런 연결고리 중 하나만 끊어져도 재앙은 벌어지지 않지요."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직후 유럽의 재난전문가를 취재하며 들었던 이야기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라는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겪은 지 1년도 안 돼 또 한번 재앙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는 완전히 혼돈에 빠져 있었다. 절망을 쏟아내는 뉴스 가운데에는 "한국은 도저히 안 된다"는 자포자기성 기사마저 눈에 띄던 시절이었다.

23년 전 들었던 재난전문가의 설명이 아직도 기억나는 건 전문적 식견이라기보다 그저 지당하신 공자님 말씀인데도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기 때문이다.
"이미 벌어진 재난은 물 밖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입니다. 사람들은 물 위의 빙산만 처리하면 되는 양 착각하지만 물밑 덩어리가 계속 올라오는 한 사고는 멈추지 않아요. 물속에 잠겨 있는 10배 크기의 잠재적 사고를 깨뜨려야 재앙도 가라앉지요." 지난 주말 언론에 보도된 서울 상도동 유치원의 붕괴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100명이 넘는 어린아이들이 날마다 뛰어노는 유치원 건물이 벼랑 끝에 간신히 매달린 모양이 되기까지 몇 개의 원인 고리가 작용을 했을까. 마지막 고리 하나가 약간 늦게, 약간 느슨하게 연결되는 행운이 없었다면 어떤 참사를 겪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를 겪은 지 4년여. 그 이후에도 이런저런 사고들이 있었지만 세월호 트라우마가 워낙 컸던 탓에 웬만한 건 사고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박근혜 정권이 임기도 못 마치고 침몰하는 데 세월호 사고가 촉매제가 됐음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이젠 대형참사를 저질러놓고 천재인지 인재인지, 윗선 보고가 몇 분 만에 이뤄졌는지나 따지는 꼴은 정말 보고 싶지 않다. 내년에 470조원 슈퍼예산을 쓰겠다는 정부가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

[이동주 비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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