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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미래] 인생의 시간표

  • 입력 : 2018.09.08 00:05:02   수정 :2018.09.08 17: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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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 크로마뇽인들의 평균수명은 고작 18세였다. 고대 이집트인은 25세, 중세 유럽인은 30세, 산업혁명 시대 영국인은 37세, 상하수도 등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춰진 1900년의 미국인은 48세였다. 정보기술과 생체기술이 발달한 2002년의 미국인은 78세가 되었다.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김영사)에 나오는 통계다.
인간은 물리적 수명을 정복해가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인간 수명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노화와 생명의 비밀을 탐구하는 인간공학이 발달하면서 최근에 급격히 증가 중이다.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여러분은 부모 또는 조부모의 인생 시간표에 맞춰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곤 한다. 현재 청년들의 기대수명은 최소한 평균 백 살이다. 5분의 1 정도밖에 인생을 살지 않은 것이다. 2015년 출생아의 경우 기대수명이 142년이라는 믿기지 않을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야말로 `수명혁명`이 일어나는 중이다.

30년 전 인생 시간표는 완전 달랐다. 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을 얻자마자 연금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사 쪽 설계에 따르면 정년축하금이 55세, 장수축하금이 70세였다. "이 축하금 정말 탈 수 있겠느냐"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서 27년을 배우고, 27년을 일하면서 이자 붙여 사회에 돌려준 후 은퇴해 10년 정도 노년을 누리다 땅속에 한 칸 집을 짓는 것이 당시의 인생 시간표였다. 인생이 짧다고 생각했기에 더 깊이, 더 많이, 더 넓게 배우지 못하고 취직을 조급해했다. 대학만 졸업하면 일자리가 널렸는데도 그랬다.

지금의 청년들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인생의 구조가 다르다. 실업을 빌미로 닦달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베이비붐 세대 대부분이 은퇴하는 10여 년 후엔 청년들이 승리할 것이다. 한 번도 인구가 줄어드는 세계에서 살지 않았기에 모두들 감각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청년들은 부모들보다 공부를 더 오래 하고 세상을 더 겪어도 상관없다. 인생은 아주 길다.

`건강수명`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이 들어도 몸과 뇌가 병들지 않는 상태`를 향한 투쟁도 시작됐다. 청년들이 노년에 접어들 때쯤 되면 인간을 강화하는 여러 기술이 질병과 노화를 압도할 것이다. 의지만 있다면 70대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더 느긋해져도 괜찮다. 억지로 청년들을 질 나쁜 일자리로 몰아넣어 시간과 열정을 착취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기본수당 등을 지급함으로써 청년들 스스로 여유를 갖고 부모 세대와 다른 삶의 양식을 창조할 수 있도록 돕는 편이 낫다. 수명혁명 시대의 인생 시간표는 다르니까 말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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