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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증권시장 주목하는 국가리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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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지수가 2만4000을 사상 최초로 돌파했다. 만약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반 토막이 났을 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30일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뽐냈다.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자주 주가를 거론한다.
주가 상승을 자신의 치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월 4일에는 "다우지수가 2만5000을 깼다. 축하! 불필요한 규제에 대한 대대적인 철폐는 계속된다"는 자랑 트윗을 날렸다. 이런 트윗에는 대개 `대통령 제대로 뽑았다`는 식의 지지자 댓글이 주르륵 달린다. 좌충우돌하는 정치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경제는 대통령이 챙긴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내가 탄핵당한다면 시장이 붕괴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매우 가난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가를 정부 업적으로 여기는 것은 국제적으로 흔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치적을 얘기할 때도 주가가 빠지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하자마자 집무실에 주가 전광판부터 설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2012년 아베노믹스 도입 당시 8000선이었던 닛케이지수는 요즘 2만2000선을 웃돈다. 아베노믹스 성공에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주식시장 움직임에 민감했던 시절이 있었다. 대략 김대중정부 때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손을 놓기 시작하더니 지금 정부에서는 누구도 주가를 얘기하지 않는다. 실적이 초라해서라면 차라리 이해할 만하다. 이상한 것은 있는 자랑거리도 꺼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인 작년 5월 8일 코스피와 코스닥 종가는 각각 2292.76과 643.39였다. 당시에 비하면 코스피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지만 코스닥은 현재 26% 이상 올랐다. 여태 자랑하는 이가 없는 건 겸손과는 결이 다르다. 주가가 오르거나 말거나 증권시장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원래 증권시장과 거시경제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주인과 산책하는 강아지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게 아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증권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당국이 주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위험하다.

그럼에도 위정자라면 증시를 챙겨봐야 할 책무가 있다. 증시를 내팽개쳐놓고 경제 살리기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증권시장은 국가경제의 체온계다. 탄탄한 경제 상황이 이어지면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른다. 하지만 뭔가 탈이 생기면 비실거리다 가라앉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를 제때 감지해 대응하는 것이 당국의 역할이다. 증시에서 깜빡이는 경고등을 무시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둘째, 증권시장은 국가경제의 혈압계다. 협압계가 혈액의 흐름을 읽어내듯, 증시는 돈의 흐름을 반영한다. 돈이 제대로 흐르지 않으면 경제에 말썽이 생긴다. 요즘 집값 불안이 그렇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으니 시중 부동자금이 주택시장에 고이는 것이다. 뭉칫돈을 부동산에 가둬놓고 세금폭탄만 터뜨리고 있으니 원성이 자자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세 번째는 증권시장이 국민의 재산을 불려줄 유력한 수단이라는 점이다. 가계자산의 7할을 부동산에 묻어놓는 비정상적 상황을 바꿔놓으려면 이자와 배당수입을 늘려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여윳돈이 주식, 채권에 흐를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 국민을 잘살게 하는 방법이 최저임금 인상만 있는 게 아니다. 중산층을 키우려면 자본시장이 튼튼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늘어나는 양질의 일자리는 덤이다. 금융투자업이 미래 한국의 성장동력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솔직히 트럼프나 아베만큼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 정부와 위정자들이 기본은 해줬으면 좋겠다. 허약한 한국 증시를 방관하지 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뜻이다. 집값 급등, 소득 양극화, 청년실업 등 한국 경제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의 해답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진우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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