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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근자감' 넘쳐나는 놀라운 발언들

  • 박봉권 
  • 입력 : 2018.08.31 00:03:01   수정 :2018.08.31 15: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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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에 2012년 개교한 한국 바이오마이스터(바이오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가 있다. 한 해 졸업생이 100명인데 원하면 모두 곧바로 취업할 수 있을 만큼 바이오업체들이 앞다퉈 찾아와 입도선매를 한다고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정직원 5%가 마이스터고와 폴리텍대 출신이다. 셀트리온에도 150여 명이 근무 중이다.
바이오업계는 과속방지턱처럼 곳곳에 산재한 과잉 규제와 무리수 정책만 걷어주면 신바람나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만난 중소 제약사 대표는 "정부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공장을 못 돌린다.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직원이 60여 명인데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작년보다 20% 급증해 7억원가량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내년에 또 최저임금을 10.9% 올려야 하고 2020년부터 근로시간도 줄여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지난달 대통령의 체외진단 의료기기 규제완화 약속에 들떴던 업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련 부처에 전화해보니 허가 간소화 조치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라는 이중 규제 크레바스에 수년간 빠져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는데 또 1년 이상 더 기다리라니 절망할 수밖에 없다. 19년째 제자리걸음인 원격의료도 전향적으로 풀어주는 듯하더니 결국은 시늉내기에 그치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는 혁신성장이 소득주도성장만큼 중요하다고 말은 한다. 실상은 소득주도성장은 연일 속도위반 딱지를 뗄 정도로 과속인데 혁신성장 토대인 규제 혁파는 거북이걸음이다. 비정규직 제로는 밀어붙이면서 아킬레스건인 노동시장 개혁은 역주행이다. 세금으로 만든 가짜 일자리가 아닌 진짜 일자리를 만드는 대기업이 낸 법인세로 선심 쓰듯 혈세를 펑펑 쓰면서도 반기업 폭주는 거침이 없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이익을 많이 내면 법인세 폭탄 페널티를 때리고 번 돈을 중소기업과 나누라고 법으로 강제할 태세다. 확 기울어진 정책은 파국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7월 고용은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소득불평등은 보수정권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보다 더 악화됐다. 통계는 소득주도성장이 철저하게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했다. 놀라운 아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 소득이 늘었다"고 했다. 3명 중 2명이 일자리를 잃고 1명만 근로소득이 늘었는데 최저임금 인상이 긍정적이라고 주장한 거나 진배없다. 근로소득자에 끼지 못한 실업자와 자영업자는 그냥 "루저"가 됐다. 지난 5월 1차 소득·분배쇼크로 소득주도성장 비판론이 비등할 때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준 데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다. 오비이락일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의 인식 오류 근거가 된 자료를 제공한 연구원은 이번에 통계청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대통령이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모두 이구동성으로 최저임금은 소득주도성장의 극히 작은 일부라고 했다. 그렇다면 경제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라도 업종·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유연근로기간 확대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을까. 이들 부분이 극히 작은 일부라면 소득주도성장 궤도를 이탈시킬 만큼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이다. 벤츠를 타는 자영업자도 있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자영업자도 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넉넉한 중소기업이 있는가 하면 생존의 외줄타기를 하는 영세 중소기업도 있다. 그런데도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미니 정책 부작용이 커지고 말썽이 생기는 것이다. 또 정부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면 기다림을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악화됐지 개선될 여지가 안 보이는 게 현실이다. 내년에 최저임금 추가 인상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고 근로시간단축 대상 기업은 더 늘어난다.
국민 주머니를 턴 돈으로 땜질처방만 하고 일자리를 없애는 자해 정책 탓에 더 혹독한 고용쇼크를 걱정해야 할 처지인데도 아무런 근거 없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희망고문을 하는 건 무책임하다.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분배도 개선할 수 있는 꽃길이 있다. 정부·재정 만능주의 허상에서 벗어나 진정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된다. 성장은커녕 분배에도 실패한 미래가 없는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나라 경제를 가시밭길로 밀쳐내는 국가폭력이다.

[박봉권 과학기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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