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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BMW 위기관리 단상(斷想)

  • 김대영 
  • 입력 : 2018.08.26 18:20:09   수정 :2018.08.26 21: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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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지 교통 상황(local traffic conditions)과 운전 습관(driving style) 때문일 수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최근 요헨 프레이 BMW 본사 대변인이 한국에서 잇달아 차량 화재가 발생한 이유를 이처럼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은 한국 소비자들의 분노에 또 다른 불을 지폈다. BMW 차량이 연일 불타면서 극심한 불안에 떨고 있는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오직 중국 시장으로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라는 식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BMW코리아 측은 `독일어로 진행된 인터뷰를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오역으로 그 후 해당 내용이 수정되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하랄트 크뤼거 BMW그룹 회장이나 독일 본사 차원의 사과 표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수년간 BMW는 한국 내 외제차 판매 1~2위 브랜드였다. 지난해에만 한국에서 약 6만대의 차를 팔아 매출 3조6336억원을 올렸다.

한국 소비자들은 왜 수많은 외제차 가운데 유독 BMW를 선택할까. 세계적인 좋은 평판의 드라이빙 성능을 갖춘 독일차를 가졌다는 과시적 자부심과 위험한 상황에서 가족과 본인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신뢰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대변인의 발언은 그동안 한국 소비자들이 BMW에 대해 가졌던 믿음을 단번에 저버린 것이었다.

제품 결함으로 시련을 겪거나 끝내 파산하는 사례는 많다. 도요타도 호되게 당했다. 2009년 미국에서 렉서스 차량에 타고 가던 일가족 4명이 가속페달 결함으로 모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요타도 처음에는 "기술적 결함이 아닌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사고 당시 차량 내부 상황이 녹음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미국 내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다. 결국 도요타 창업자의 손자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2010년 2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제품 결함 후유증으로 문을 닫은 일본 기업도 많았다. 대표적인 곳이 차량 에어백 제조업체인 다카타다. 2015년 이 회사에서 만든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에서 금속 파편이 튀는 사고가 발생해 전 세계에서 16명이 죽고 180명이 부상당했다. 다카타는 1억대를 리콜했지만 결국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2017년 파산했다. 미쓰비시자동차도 차량 결함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연비를 조작하는 부정을 저질러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면서 2016년 닛산에 팔렸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식품회사인 메이플 리프 푸즈(Maple Leaf Foods)는 위기 관리를 잘해 호평받았다. 이 회사 마이클 매케인 CEO는 여론재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신속히 대처했다. 2008년 이 회사 토론토 공장에서 리스테리아 식중독균이 잠복한 육류를 써서 이를 먹은 57명이 감염되었으며 22명이 사망했다. 그러자 문제가 터진 공장을 폐쇄하고 제품을 리콜한 뒤 소비자들에게 사과했다.

매케인 CEO는 "위기 상황에서 나는 변호사와 회계사 말에는 귀를 닫았다. 돈이나 법적 책임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가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한다는 신뢰를 회복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소비자들에게 CEO의 이 같은 진정성이 전달되어 해당 연도에는 리콜로 대규모 적자를 입었지만 이듬해 흑자로 전환되었다.

많은 변호사들은 사건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에만 초점을 둔다. 그러나 적절한 때에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고 소비자 신뢰까지 잃을 수 있다. 지금처럼 소셜미디어가 발달해 국민 감정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시대에는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다. 여론재판에서 흠씬 두들겨 맞고 사회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사법재판에서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크게 두 종류 기업이 있다. 이미 위기를 겪은 기업과 앞으로 위기를 겪을 기업이다. 어느 기업도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명한 기업은 위기를 겪은 곳의 실패를 연구해 미리 대비한다.

앞서 위기 관리에 실패한 글로벌 기업들처럼 현재 BMW의 행보는 향후 열릴 `사법재판`에만 신경 쓰고 현재 진행되는 `여론 법정`을 등한시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 선택이 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야 한다. 과연 BMW 본사 경영진이 이번 화재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 한국 소비자는 물론 글로벌 이해관계자들도 모두 지켜보고 있다.

[김대영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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