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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아웃] 성지순례

  • 입력 : 2018.08.24 17:09:14   수정 :2018.08.24 19: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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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에 걸쳐 기록적인 더위를 뚫고 국내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전국을 다 여행하지는 못하고 강화도를 거쳐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에 있는 기독교 관련 성지를 돌아보았다. 강화 지역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동포분들과 동행하며 한민족의 정과 뿌리에 관해 대화할 수 있었던 뜻깊은 여행이었다. 여행을 떠나면 늘 배우는 것이지만 이번 여행에서도 우리나라에 보석 같은 기독교 유적지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종교인 여부를 떠나 성지순례를 떠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외국의 유명한 성당이나 교회, 그리고 절을 찾는 것은 일종의 문화 관광, 좁게는 문화재 관광의 전형이 되었다. 몇 해 전부터는 종교와 관련 있는 순례길 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는 가보지 못했지만 우리나라 사람치고 아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얘기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곳을 다녀오신 분들의 순례기도 꽤 출간된 걸로 알고 있다. 이처럼 종교와 관련된 관광, 다시 말해 성지순례는 오래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문화 관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성지의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전국 각지에 크고 작은 불교 문화재가 널려 있는 것은 웬만한 국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고작 100년이 조금 넘은 기독교 관련 유적지가 전국 각지에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산재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여행 중 기억에 남는 몇 군데만 소개해 보자. 강화도에는 1900년 아름다운 한식 건물 외양에 로마의 바실리카 양식으로 내부를 단장해 세운 성공회 최초의 강화교회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충북 청주에서는 현재의 일신여중고와 주변에 한식과 서양식을 결합한 탑동양관이라 일컫는 학교와 병원 건물들이 세워져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지금 당시의 유적은 찾기 힘들지만 항일운동의 역사적 현장들도 있다. 1911년 경기 화성에 세워진 제암리교회는 1919년 일제 군인들에 의해 주민 29명이 무자비하게 학살된 참혹한 역사의 제단으로 흔적이 남아 있다. 1900년대 초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진 공주의 영명학교는 1919년 공주 독립만세운동과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공주 지역 항일운동의 중심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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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엔 잘 알려지지 않은 기독교 성지가 꽤 많다. 기독교 성지는 전국의 유명 사찰이 불교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기독교인만을 위한 유적지가 아니다. 기독교 성지들은 1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당해 유적지의 문화재적 가치는 물론 우리나라 근대화와 독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역사적 현장으로서 온 국민이 보고 느끼고 즐길 귀중한 자산이다. 새로운 교육시설과 제도를 통해 길러진 인재들이 이 나라 근대화에 크게 기여하였고, 척박한 보건 환경 속에서 선교사들이 세운 병원과 여기서 배출된 의료 인력은 우리 국민 건강에 말할 수 없는 도움이 되었다. 또 수많은 분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항일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모두 성지순례에서 느끼고 배울 콘텐츠들이다.

성지순례는 단순한 종교 여행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나만이 아니라 이웃을 함께 생각하는 묵상 여행이요 성찰 여행이다.
또한 은둔의 나라였던 미지의 우리나라가 지금의 우리나라가 된 것을 알고 일깨우는 교육 여행이고 역사 여행이다. 얼마 전 서울관광재단에서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와 함께 천주교 순례길 관광사업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왕이면 서울에 즐비해 있는 기독교 성지순례 관광 코스도 발굴해 함께 추진하면 시민들에게 더없는 관광자원이 될 것 같다. 나아가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의 성지순례 코스 개발과 홍보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이 함께 지혜를 모으면 좋겠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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