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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식품의 과학] 인간이 맡을 수 있는 냄새의 종류

  • 입력 : 2018.08.10 17:33:18   수정 :2018.08.10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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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개처럼 냄새로 마약이나 폭발물을 탐지하지 못하고 연어처럼 냄새로 수천 ㎞ 떨어진 모천으로 회귀하지도 못한다. 후각 능력이 별로인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향의 구별 능력은 생각보다 매우 뛰어나다.

`당신은 몇 가지 향을 구분할 수 있나요`라고 말하면 사과 딸기 포도 오렌지 등 몇 개의 과일을 떠올리면서 수백 개나 수천 개 정도인 것 같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정도일 것이라고 동의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입으로 느끼는 맛의 종류는 다섯 가지뿐이고 나머지는 전적으로 향에 의한 것이다. 만약에 가능한 향의 종류가 수백 가지 정도라면 세상에서 요리의 맛은 수백 가지에 불과해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매일 수십억 개 요리가 만들어지고, 각각의 맛은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똑같은 식당의 똑같은 제목의 요리도 조금씩은 다르다.

식품회사 제품이 갖춰야 할 첫 번째 조건은 일정한 품질이다. 맛이 같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일 회사의 동일 브랜드 제품도 공장에 따라 맛이 약간 다른 경우가 있다. 식품회사는 똑같은 배합표, 똑같은 원료, 똑같은 공정으로 엄격하게 관리해 생산하는데도 그렇다.

물론 전문가도 두 가지를 동시에 먹으면서 비교해 봐야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이지 한 가지만 먹어서 알 수 있는 차이는 아니다.

우리는 이처럼 생각보다 절대적 품질보다는 상대적 차이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과학자가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을 좀 더 엄격하게 조사해 본 결과 인간은 1조개에서 10조개 정도 냄새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산 맥주가 맛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오히려 국산 맥주가 많이 선택되기도 한다. 오랜 경력의 바텐더마저 그런 경우가 많을 정도로 맛(향)에 둔감하면서 차이의 식별 능력은 예민하다고 하니 인간의 능력과 변덕은 종잡을 수 없다.

모든 강아지는 다르게 생겼다. 따라서 여러 강아지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차이를 구분하라고 하면 쉽게 한다. 그런데 머릿속에 있는 강아지 형상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나중에 차이를 말해 보라고 하면 말할 것이 별로 없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1조개 넘는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몸에 1조개가 넘는 감각수용체가 있을 리는 없다. 우리 몸의 유전자는 2만2000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400종류 정도 후각수용체로 1조개의 냄새를 구분하는 것이다. 1991년 후각수용체를 발견한 리처드 액설 교수와 린다 벅 연구원은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최낙언 식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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