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사람과 법 이야기] '신과 함께'를 보며 울컥했던 이유

  • 입력 : 2018.08.10 17:32:05   수정 :2018.08.10 17:54: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503488 기사의 0번째 이미지
3년 전 여름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형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전격적 판결을 선고했다. 이 대법원 판결의 파장과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컸다. 그런데 이 여름 이 대법원 판결이 다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시 대법원장이 추진하던 이른바 `상고법원제도`를 반대하는 대한변협 집행부 압박용으로 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획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건까지 발견된 마당에 이제는 이런 주장이 한갓 음모론으로 그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상고법원을 반대한 대한변협 집행부가 당시 이 판결로 압박을 받아 찬성으로 돌아서리라고 여기기엔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법관들이 그런 행정처의 의도에 부응해 이런 중요한 판결을 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좀 과하다. 형사 성공보수 약정 금지 정책을 취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론적, 역사적 논의의 뿌리가 깊은 큰 쟁점이다. 이것을 상고제도의 개선을 위한 한낱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음모를 꾸미기에는 너무 큰 줄기를 건드리는 처사다.

요컨대 이 판결이 어떤 불순한 의도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차제에 이 판결의 논거 중에 변호사 입장에서 할 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이 상정하는 형사재판 피고인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성공보수를 가장한 검은돈 거래를 변호사를 통해 감행할 유혹에 빠질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또한 유리한 결과를 얻는다고 하여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 형사재판에서 굳이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변호사 보수를 재판 성공 후에 받는 제도를 유지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면 된다는 것이다.

503488 기사의 1번째 이미지
판사 시절 이런 인식에 동조했던 필자는 변호사가 된 지금,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을 알게 됐다. 형사재판의 질곡은 참으로 엄혹하다. 억울한 형사재판에 연루돼 구속이라도 된다면, 모든 돈줄이 막히고 늘 따라붙는 민사 분쟁에 휘말려 경제적 여건은 급전직하해 버린다. 자칫 무고함에도 유죄 판결, 그것도 중형을 선고받는다면 그것은 곧 파산, 생활의 죽음을 의미한다.

제발 억울한 오해를 풀고 조금이라도 일찍 사회에 나오면 보수를 줄 수 있다고 하는 호소를 늘 듣는다. `그러시면 국선 변호사를 찾아가시라`고 간단히 외면해 버릴 수 없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변호사의 노력에 합당한 대가를 당장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어려운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변론 후에 나중에 받는 대가, 그것도 소위 `성공`해야 겨우 받을 수 있는 대가가 늘 사회질서 위반이라고 치부되는 일은 참으로 슬프다.

이 판결의 다른 한 대목을 보면 변호사를 슬프게 하는 구절이 또 있다.

"만약 `성공`에 해당하는 수사 재판 결과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을 모면한 것이라면 사법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반대로 그것이 당연한 결과라면 의뢰인은 형사 절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공보수를 지급하게 됐다는 억울함과 원망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사고방식 속에는 뿌리 깊은 관 우위의 선민의식이 깔려 있다.
과연 판사들은 변호사 없이도 늘 유무죄를 족집게같이 잘 가려내 좋은 재판을 한다고 자신할까? 부적절한 형사 변호가 오판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음을 알고나 있을까?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귀인을 변호하는 저승차사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 재판에서 형사 변호인들의 고생 역시 저승 재판 변호인에 못지않다는 느낌 때문에 울컥해지곤 했다. 독선과 오만, 매도와 겁박, 위선과 편견, 공포와 수치심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형사 변호인의 현장은 그야말로 생지옥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왜 법대 위에서는 이것을 미처 몰랐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상준 변호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