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세상사는 이야기] 땡볕과 마주하는 법

  • 입력 : 2018.08.10 17:15:24   수정 :2018.08.10 17:54:20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50343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정말 심했다, 이번 여름. 처음엔 1994년 수치를 위협하는가 싶더니 이내 `111년 기상 관측 사상`이라는 수식어를 대야 할 정도로 무더위 온도도, 일수도 무서운 기세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혀를 내두르게 했던 더위. 그러나 세월은 어김이 없어서 입추도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금세 잊힐 것 같다. 그런데 이번 폭염은 기상 초유의 기록을 냈다는 정도에 머물지는 않을 것 같다. 지구의 작은 실체인 우리에게 `맹렬한` 시사점도 던져주고 가는 게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사람 몸으로 치면 체온 40도를 오랫동안 넘기는 열병, 이번 더위는 지구온난화가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여름 만년설을 자랑하는 북유럽 국가들이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경험했다 하니 이번엔 지구촌이 통째로 `달궈졌던` 모양이다. 심상치 않다. `온실효과` `지구온난화`란 교과서나 TV 속에서만 등장하는 건 줄 알았다. 내 얘기가 아닌 먼 나라, 먼 미래의 일일 줄 알았는데 어느새 우리 곁에 바짝 치고 들어온 것이다. 이번 여름은 온 국민이 지구온난화를 몸으로 체험한 최초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비약을 좀 보태면 밤잠을 앗아간 실존의 문제까지 더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전례 없는 더위가 앞으로도 자주 나타나게 될 것이란 사실이 우리를 심란하게 만든다. `지구온난화` 경고는 그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인류가 지난 150년간 대포처럼 쏘아댄 이산화탄소양과 속도는 지구에 생명이 태동한 이래 전대미문이다. 이 추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올라가 페름기 말 온실효과를 한 세기 만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백만 년에 걸쳐 지구상에서 진화해온 생물종들이, 우리의 아침을 깨웠던 새 소리, 곤충의 붕붕거리는 소리, 살아 있는 온갖 것들의 경이로운 소음이 사라지고 침묵의 지구가 된다는 것이다.

21세기 인류 앞에 던져진 도전은 이제 지구 온도를 2도 상승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제 발전은 다들 해야 할 테니 조금씩만 더 양보하고 자제해야 잡을 수 있는 2~2.5도 구간이 생명의 사멸 구간에 진입하지 않게 하는 마지막 관문이라는 것이다. 근거가 있다. 그간 자연은 관대하게 사람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줬는데, 그동안 지구의 탄소를 흡수하고 분리해 준 가이아 같은 식물과 플랑크톤이 지구 온도 2도 이상의 상승을 만나면 입에 물고 있던 탄소를 다시 게워내 지구온난화 악화에 동참하게 된다는 분석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 터전을 물려받을 자녀들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우리에게 신종 소명이 부여된다. 이 더위가 우리에게 주는 과제는 무엇이었을까. 현실 진단은? 실천은? 지구온난화는 결과만으로 개인들에게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우는 성격이 있다. 우리는 살고자 한 죄밖에 없는데, 더워서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는데, 거기서 방출한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덮은 온실가스 담요를 두껍게 하고 악순환을 초래한단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기후 재앙에 불을 댕긴 중국과 미국 같은 나라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 말로만 G2를 내세울 게 아니라 지위만큼 책임과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는 게 최소한의 도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이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것도 진부하나마 당연한 과제일 것이다. 다만 합의란 늘 시간이 걸리므로 우리 개인들의 자각과 실천도 이 시점에서 작지만 진정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생활 방식은 개인적으로 감수해야 할 불편과 고통이 작지 않다.
그럼에도 변화에 필요한 용기를 능히 감당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뭉치고 있다. 지구온난화라는 게임에서 개인은 을에 불과하지만 이미 자발적이고 작은 실천들이 공동체를 통해, 집단 캠페인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표에 매몰돼 갈 길을 잃어버리는 권력형 기관과는 출발이 다르다. 개인은 힘이 약해도 그 선한 의지가 모이면 세상을 바꾸는 선한 영향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이 더위 속에서 나를 견디게 해준다.

[김은혜 MBN 앵커·특임이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