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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업의 고민

  • 입력 : 2018.08.09 17:19:30   수정 :2018.08.09 17: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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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입추(立秋)가 지났는데 폭염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곧 선선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더위를 견디게 한다. 기업 입장에서 본 작금의 한국 경제는 무더위만큼이나 숨을 턱 막히게 한다. 매년 오는 사계절처럼 일자리 창출, 규제 개혁, 혁신성장의 앞이 보일 수 있다면 갑갑함이 가실 것 같다.
기업들의 갑갑함은 `의도치 않은 결과의 법칙(Law of unintended consequences)`에 대한 고민 때문일 것이다.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에 의해 널리 알려진 이 현상은, 모든 의도된 행동이 의도한 결과뿐 아니라 예기치 못한 결과까지 함께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 철도가 깔리면서 도시별로 달랐던 시간표가 표준화됐고, 자동차 보급은 라디오 확산으로 이어졌다. 중국 대약진운동 당시 4대 해로운 생물 제거 캠페인은 참새를 사라지게 해 해충이 벼농사를 망쳤고, 호주 이민자들이 사냥을 위해 가져온 토끼는 폭발적으로 번식해 호주 생태계를 초토화시켰다.

자연 생태계의 복잡성이 인간의 의도와 다른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오듯, 현재 추진 중인 경제 어젠다들 역시 경제 생태계 속에서 `의도치 않은 결과의 법칙`을 따를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기업 입장에서 한번 들여다보자.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경제에 자영업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다. 기업의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가져왔다. 그런데 저성장 기조는 계속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와해적 기술 혁신, 근로시간 단축, 워라밸 반란이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뭘까. 일자리 창출 이전에 생산성·효율성 향상이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생산성·효율성 향상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관리`에 최적화돼 있는 수직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상부하달식 경영 구조에 최적화돼 일사불란하게 작동하지만, 외국 기업들에 비해 관리자가 많고 경영지원 조직이 비대하다. 다가오는 쓰나미는 이러한 수직적 조직을 수평적으로 밀어버리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고객과 시장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보고 단계를 대폭 줄이고, 부서 간 구분 없이 협업하는 업무 방식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실무자 비중은 늘지만 관리자는 크게 줄고, 같은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인력도 더 적어질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거스르기 어렵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의지만 갖고 밀어붙일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필자에게는 사이다같이 속 시원한 한 방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급변하는 고객과 시장, 그리고 기술 혁신에 대응할 인재는 확실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즉, 열린 사고와 팀워크에 능통한 실무자들에 대한 수요와 디지털, 첨단 애널리틱스 등 기술 혁신 관련 인력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러한 역량을 가진 인력을 배출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도 `윈윈`이다. 또 하나 명확한 건 성장이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케케묵은 방정식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성장의 기회야말로 기업의 일자리 창출 유인책이 될 것이다.

결국 기업이 목말라하는 성장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을 이끌고, 경제 어젠다의 `의도치 않은 결과`를 최소화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기업 입장에 서서 필자가 감히 제언한다면 산업 분야별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워게임(war game, 가상의 작전·전략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효과적일 것 같다.
핵심은 이해관계자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하는 것이다. 정부, 기업, 취업준비생, 근로자들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 `왜` 질문을 적어도 5번 반복해 답을 찾는 `5 Why` 기법을 활용해 의도된 정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하나씩 풀어본다면 보이지 않았던 문제와 새로운 해법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고가 어떤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낼지 기대와 걱정이 앞선다.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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