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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람이 행복한 도시와 집을 '코리안 헤리티지'로

  • 입력 : 2018.08.09 17:19:19   수정 :2018.08.10 18: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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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바꿔 말하면 시간이다. 그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야말로 그 사람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머무는 공간인 도시와 건축물 그리고 그 도심 속 집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서 사람이 살 만한 곳의 입지 조건으로 지리와 산수, 생리, 인심을 언급했다.
흥미로운 것은 당 시대에도 삶에 피로한 사람의 심신을 중요하게 여겼다. 오늘날 서울을 보면 지리는 편리해졌지만 산수는 대기오염으로 즐기기 힘들고, 생리의 가치는 높아졌지만 바쁜 삶으로 인심은 보기 드물다. 무더운 날씨와 미세먼지 속에서 빌딩이나 집 밖을 나오는 순간 편안한 공간은 부족하다. 21세기에 점점 발전하고 있는 도시에 살아도 도심 속 공간 대부분이 상업화됐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노고 끝에 도로를 공원화하려는 공공 도시 디자인 계획이 있고 땅 위에 광장도 만들어 일상 속 여유 있는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도시의 건축물은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삶의 일부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그 도시의 역사적 문화재가 된다. 큰 자본을 투자해 훌륭한 건축물을 짓거나 새로 지은 고층 아파트들이 놓인 도시라 해도 현시대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삶을 행복하다 느끼지 못한다면 그 도시의 역사적 헤리티지는 사라져 간다.

세계적인 도시 홍콩의 110년 넘은 트램 같은 운송 수단이나 사람이 사는 듯한 빨래 널린 골목 풍경은 그 도시의 낡음을 매력적인 도시로 브랜딩해서 보여준다. 서울 전차는 1930년대부터 1968년까지 서울 시내를 운행했다. 대표적인 교통수단이었지만 버스와 자동차 운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운행이 중단됐다.

결국 도시나 집을 훌륭하게 완성하는 것은 다채로운 삶을 담아내는 공간과 사람이 중요하다. 걷고 싶은 도시란 많은 볼거리와 역사가 존재하며, 어떠한 주변 환경과도 함께 어우러져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거리를 품고 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간이 그 안에서 감동받는 사람 없이는 무의미하듯, 아름다운 도시 역시 사람의 심장을 울려야 더욱 빛이 난다.

주관적 관점으로 살고 싶은 집이란 삶에 안락을 주는 주거 공간이며 내 가족의 행복과 내 이웃과의 정이 가득한 공간이다. 안타깝게도 서울 아파트 대부분은 삶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부동산이며 우리 삶은 땅과 같은 자연과의 관계를 잃어버렸다.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거나 통근·통학이 편리한 곳을 고르는 것이 현실이지만 앞으로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 그런 중요성이 고려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건폐율과 용적률만을 따지는 사업들과는 차별화를 줄 것이다.

서울은 우리가 여행 가고 싶은 세계적인 도시들처럼 역사가 가득 찬 오래된 도시다. 수많은 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도시 전체가 많이 훼손됐고, 남은 그 역사적 문화재들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역사 속 애국자였던 사람들 덕분에 사대문 안은 그런대로 보존돼 그 역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20세기부터 혼잡함 속에서 빠르게 개발돼 온 서울에는 보호받지 못한 곳이 많기에 앞으로의 보존도 진화도 중요하다.

50년 뒤에는 2018년 서울도 역사가 되고 헤리티지가 된다.
이제는 1000만명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동아시아의 세계적 도시 서울은 역사도시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사도시 서울`을 추진하고 있다. 오랜 역사의 전통이 지닌 지혜와 혁신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2068년 서울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행복지수가 높은 북유럽 사람들은 본인이나 가족, 친구와 더불어 쾌적하게 지내기 위한 공간에 가장 먼저 투자한다. 그렇게 하면 생활의 질이 향상돼 마음이 풍요로워지며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다음 세대를 위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더 나은 도시` 그리고 그 도심 속 사람이 사는 `집`을 꿈꾼다.

[이정은 채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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