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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로고프 칼럼] 트럼프 정책은 美 장기 경제성장에 독인가

  • 입력 : 2018.08.08 17:28:38   수정 :2018.08.10 09: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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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호조를 보여주는 지표가 나올 때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자신에게 그 공을 돌린다. 하지만 사실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단기보다 장기적인 경제 흐름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

물론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은 단기 경기 부양 효과를 제공했다. 해외 수입업자들이 이미 미국의 관세가 부과되기 전 대두 등 미국산 제품을 사재기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정책 하나로 20조달러 규모 경제를 한순간에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치 상황이 급변하는 요즘 같은 때에 장기적 목표를 세우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복리의 마법처럼 장기 경제성장을 꾸준히 촉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1970년대 발표했던 교통수단 규제 완화 정책은 인터넷 기반 유통 업계 혁신의 발판이 됐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은 수십 년 동안 미국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또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미국 경제를 되살리려 쏟았던 노력들은 현재 미국 경기 호조의 바탕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모두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있지만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향후 10년간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정치적 소용돌이는 둘째치고 경제적 효과를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긍정적 영향부터 생각해보자. 2017년 말부터 발효된 법인세 개정안은 미국 정치계가 복잡한 세금 체계를 간소화하고 개편하기로 뜻을 모은 아주 드문 사례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 같은 법인세 개정안을 기꺼이 추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 당시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어떤 법안이든 "세수 규모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밀어붙였는데, 이는 어떤 종류의 세제개혁안도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오바마 정부 말 정체돼 있던 불필요한 장애물을 걷어내고 장기 경제성장에 있어 분명히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신선한 시도 가운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분야가 고용 부문이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있다. 기술과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정부는 학부모들과 노동자들에게 어떤 직종이 가장 수요가 많은지, 또 어떤 직업이 어느 지역에서 필요한지 등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가 어떤 측면에서는 미국 경제의 장기 성장을 위해 잠재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전망이 그리 좋지는 않다. 과거부터 가장 최근까지 저명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연구를 보면 정부 기관과 정치적 문화가 한 국가의 장기 경제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현재 여러 기관들과 미국의 정치적 환경에 끼치고 있는 해악은 복구하려면 수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 경우 경제적 비용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현 정부는 과학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고 기초연구에 투입되는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일부 기업들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반독점당국도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 내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탄광 산업 부활과 관세 부과는 기껏해야 총상에 밴드를 붙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정부가 오히려 규제를 가하고 있는 분야는 사실 그 영향력을 줄일 게 아니라 더 강화해야 한다. 환경보호청(EPA) 권한을 축소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는 게 미국 경제의 장기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될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추후 환경오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은 막대하기 때문이다.

금융 규제와 관련해서는 은행업을 아주 세세한 단위까지 규제하고 관리하기보다 주주들에게 더 큰 힘을 부여해 대형 은행들이 리스크가 큰 사업을 피하도록 유인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규제를 무력화시켜놓고 적절한 신규 규제를 내놓지 않는다면 또 다른 금융위기의 전초가 될 수 있다.


결국 미국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트럼프 정부 경제정책의 영향력은 최대 10년 정도밖에 유지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온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 잘못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 본인에 따르면 그러하다. 그는 이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이 자신의 업적을 망치고 있다는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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