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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토론] 제로페이 도입

  • 입력 : 2018.08.08 17:02:07   수정 :2018.08.10 09: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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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가맹점 수수료가 제로(0)인 `제로페이`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실물 카드 없이 이용 가능한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서울시와 부산시, 인천시,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 4개 광역지자체는 2020년까지 서울페이, 인천페이, 경남페이 등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른바 `서울페이`를 오는 12월께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관(官) 주도의 `관제 페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찬성 / 이종현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결제때 `금융 중간상` 안거쳐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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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단계에서 중간상이 배제되는 현상을 경영학에서는 디스인터미디에이션(Disintermediation)이라고 한다. 새로운 경로가 등장해 기존 단계를 건너뛰기도 하고 중간 단계가 통합되기도 한다. 인터넷 직거래나 도매를 흡수한 대형 소매점이 여기에 속한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높은 수익과 낮은 소비자 가격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혁신으로 평가된다. 유통구조의 전면적 개편으로 이어져 유통혁명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혁신은 경쟁자들에게 파괴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는 단지 멋진 수사가 아니다. 창조의 과실은 소수에게 귀속되고 대다수는 비정한 파괴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현재 칼끝처럼 대두되는 자영업 소상공인 문제가 바로 파괴로 연결되는 냉혹한 현장이다.

그래서 현실은 경제학 교재의 수식이나 그래프처럼 평화스럽게 전개되지 않는다. 종이 위에서는 10㎝, 20㎝도 쉽게 움직이는 수요공급 곡선이 현실에서는 단지 0.1㎜ 이동에 수많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파괴는 그저 그런 과정이 아니라 갈등과 반목으로 사회를 송두리째 결딴내는 나락의 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기술 진보에 따른 변화를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장점이 끊임없는 혁신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상공인의 생존력을 강화하는 혁신은 불가능한 것인가. 진퇴양난의 곤란한 지경에서 최근 제안된 제로페이는 혁신으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제로페이 체계가 구축되면 결제 중개로 수수료를 받던 카드사를 건너뛰게 된다. 수수료 부담도 없고(제로페이) 중간 단계도 축소하는 혁신 경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소상공인들이 거대 금융 중간상(카드회사와 결제 관련 회사)을 거꾸로 `디스인터미디에이션`시켜 비용을 절감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까지 카드사에 대해 강요 혹은 사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대안이다. 정보통신기술과 민관 협력으로 작지만 소상공인이 금융 유통을 혁신하는 주체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혁신이 시작됐지만 아직 충분치는 않다. 시장에서 혁신의 성패는 소비자가 쥐고 있다. 혁신의 효과가 소비자에게 연결되지 않으면 그들은 반응하지 않는다. 약간의 인센티브가 제공되지만 소비자를 향해서는 여전히 권유와 호소가 바탕에 깔려 있다. 평균적인 소비자에게 도덕적 결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소비자를 감동시키고 움직이는 혁신이 다음에 놓인 과제다.

반대 /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신용카드 완전 대체엔 한계…은행·카드사 영업 침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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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 논의 중인데,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서울페이 출시 등이 그것이다.

지방자치단체 페이(제로페이)는 계좌이체 방식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하는 지급결제 시스템이다. VAN, PG사들이 개입되지 않아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추진 배경이다. 하지만 소비자를 유인하는 게 쉽지 않아 지자체 페이만으로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지자체 페이가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 4가지 측면에서 지자체 페이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계좌이체 방식으로는 신용카드 후불 결제와 부가 서비스의 장점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비록 지자체 페이 이용 시 소득공제율, 공공·문화시설 할인 이용 혜택 등이 있더라도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다. 30%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체크카드 이용률이 공제율이 낮은 신용카드 이용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점도 상기 전망을 뒷받침한다.

둘째, 기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자를 유인하기에도 한계가 있을 듯하다. 민간 부문 페이들이 계좌송금 또는 신용카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데 반해 지자체 페이는 계좌송금 방식만 허용한다. 현금 간편결제 서비스에 가깝다. 기존 페이에 비해 불편하다는 점에서 간편결제 이용자들이 결제 방식을 변경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셋째, 은행·카드사의 영업활동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지자체 페이 이용 시 발생하는 계좌 이체 수수료는 은행이 부담할 것으로 보여 은행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카드수수료율 인하 등 정부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의 영업 기반도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오히려 금융권의 영업활동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넷째,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배 가능성도 있다. 소상공인이 경영하는 가맹점이 지자체 페이를 소비자에게 권유하는 것이 자칫 지급 수단 차별을 금지하는 여전법 제19조 제1항에 저촉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지자체 페이라는 해법보다 소상공인의 영업력을 제한하는 비효율적 제도(가맹점 의무 가입, 신용카드 의무 수납, 지급 수단 차별 금지)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전표매입 시장 활성화, VAN 시장의 과점 해소, 소상공인 시장 지위 향상 차원의 집단소송제 간소화로 카드수수료율 상승 압력을 낮추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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