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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필동정담] 수능서 배제된 기하

  • 심윤희 
  • 입력 : 2018.08.07 17:31:27   수정 :2018.08.07 17: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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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87년 철학자 플라톤은 그리스 아테네 북서쪽에 `아카데미아`라는 학당을 세웠다. 이 학당 입구에는 `기하학(geometry)을 모르는 자는 이 문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기하학이 철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학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하학은 어원이 `땅(geo)을 재는(metria) 학문`이다.
고대 이집트 시대 나일강의 잦은 범람으로 논밭을 새로 측량해야 하는 데서 유래했다. 고등학교 때 이과였던 나는 수학 시간 기하·벡터를 배웠다. 점, 선, 면, 도형, 좌표 등 공간을 다루는 기하는 문과 성향인 내게 지독히 어려웠던 과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기하야말로 농경, 건축 등 실생활에 폭넓게 쓰이는 실용수학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기하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퇴출됐다. 수능이 처음 시행된 1994학년도 이후 처음이다. 교육부는 올해 2월 현재 고교 1학년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 과목 구조를 결정하면서 기하를 통째로 배제하기로 했다. 이어 현 중3이 응시하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도 기하를 빼기로 방향을 잡았다. 문·이과를 통합하면서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명분 때문에 기하가 밀려난 것이다. 과학Ⅱ 과목도 수능에서 뺀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기하를 모든 이공계의 필수과목으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학, 과학기술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기하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로봇, 인공지능, 3D프린팅 등에 활용되는 분야인 만큼 수능에서 빼는 것은 시대 흐름을 거스른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과학자대회에서도 수능에서 기하와 과학Ⅱ를 제외하려는 교육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과학자들은 "왜 학생들은 쉬운 것만 배워야 하느냐"며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문·이과 통합이 수학·과학 상식을 높이는 `이과로의 통합`이 아니라 수학·과학 실력 저하를 부르는 `문과로의 통합`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어렵다고 해서 안 할 수는 없다. 서울대 공대가 울며 겨자 먹기로 `물알못(물리를 알지 못하는)` 반을 개설하게 된 것도 학생들이 수능에서 점수 따기 쉬운 과목만 선택한 결과다. 교육부는 수학·과학계의 `기하 부활`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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