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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칼럼] '비핵' 평화의 길에 놓인 5대 리스크

  • 입력 : 2018.08.07 17:31:21   수정 :2018.08.07 17: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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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교섭 프로세스는 최근 불과 두 달 사이에 정상회담이 남북 2회, 미·북 1회, 북·중 3회라는 초유의 고속·고공 외교전을 거쳤으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답보 상태에 빠진 느낌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방북 결과와 이에 대한 북한 외교부 성명이 보여주듯 미국은 북한의 선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반면, 북한은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1·2항에 있는 미·북 관계 개선과 평화 체제 구축의 선행을 주장해 양측의 상당한 의견차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 프로세스는 종래 1·2차 위기 때 교섭과는 달리 정상 차원의 하향식(톱다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협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는 골격만 합의된 채 세부 핵심 요소에 관한 합의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해 교섭은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으로 넘겨졌고 북한의 버티기 전략으로 장기화 우려만 커진 실망스러운 진행을 보이고 있다.
실무교섭을 위한 작업단 구성도 북한이 불응해 뚜렷한 타개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북핵 교섭 과정에 조성된 5대 리스크를 살펴보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미국 국내 정치 리스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트 뮬러 특검과 11월 중간선거의 제약 때문에 교섭을 장기적으로 관리해갈 가능성이 있다. 북핵 문제·동북아시아 정세에 밝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교섭의 달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의식이 미국 이익 우선주의와 결합하면 교섭은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개연성이 상당하다. 30여 년 핵개발을 생존 문제로 천착해왔고, 민주 통제의 부담이 없으며, 세습제로 임기 제한이 없는 북한과의 협상은 출발부터 비대칭적 교섭이다. 북한과 김정은을 얕잡아보다가는 휘말릴 위험이 크다. 다양한 채널에서 원활한 대미 소통을 통해 완전한 핵폐기,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 한미동맹에의 영향 차단을 꾀해야 한다.

둘째, 제재 이완 리스크다. 이미 중국·러시아 등에서 제재가 느슨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북 압박 수단 가운데 군사 수단은 대화 국면에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북 지렛대는 경제 제재만 남아 있다. 따라서 북핵 폐기가 가시화할 때까지 제재 유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남북 사업 관련 제재 예외 요청도 가급적 자제하고 국내에서 제재 위반 방지·처벌을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시간 끌기 리스크다. 북핵 교섭 초기에 가장 중요한 일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동결하는 일인데 전혀 진전이 없다. 북한은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고 핵무기·미사일 제조도 진행형이다. 북핵 폐기의 3대 핵심 요건은 신고·검증, 로드맵, 짧은 시한인데 북한의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에 매여 별 성과 없이 시간만 벌어주게 되면 `사실상의 핵무장국가` 길을 열어줄 우려가 있다. 단기 승부를 거론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교섭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 불길하게 생각되는 이유다.

넷째, 안보 리스크다. 비핵 평화는 안보와 불가분의 일체로 이를 추구하는 가운데 안보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북핵 폐기 후에도 북한의 재래식 위협과 미·중 경쟁에 따른 동북아 전략 환경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우리와 협의 없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감축·철군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핵 해결 과정에서 주한미군·한미동맹에 대한 영향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이를 차단하는 외교 노력이 시급하다. 안보 문제의 리드타임을 고려할 때 우리 안보태세의 변화는 철저히 북한 위협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

다섯째, 초점 흐리기 리스크다. 북한은 대미 교섭에서 비핵화의 핵심 요소보다는 미국 이해가 걸린 미군 유해 송환, 핵·미사일 시험장 폐쇄 등 주변 사안으로 초점을 옮겨가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에게 중요한 북핵 문제는 주변화돼 비핵화 협상이 아닌 사실상 핵군축 협상으로 뒤바뀔 우려가 있다. 북핵 폐기가 교섭의 핵심이 되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을 우리가 맡아야 한다.

비핵화 없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비핵 평화에는 북한의 핵포기와 경제 개혁의 두 가지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
아직 이를 뒷받침할 의미 있는 북한의 행동·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교섭을 가속화해 조기에 북한 의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판단 기준은 신속한 핵·미사일 활동 동결, 성실한 신고·검증, 단기간 내 완전한 폐기 등이고 이에 상응하는 대북 경제·외교 유인책과 평화 체제 구축을 엮은 실효적·포괄적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종전선언도 이런 큰 맥락에서 다뤄야 한다.

[신각수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세종 고문·전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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