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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손현덕 칼럼] 센 놈들이 왔다

  • 손현덕 
  • 입력 : 2018.08.07 17:20:00   수정 :2018.08.07 17: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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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인 2012년 7월 나는 본 칼럼에 `센 놈들이 온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던 시절, 세계경제는 오그라들고 있었다. 상당 기간 불황의 늪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세계는 대한민국의 두 개 기업을 주목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였다. 삼성의 휴대폰 갤럭시가 애플을 누르고 세계 시장을 호령했고, 현대차는 유럽 시장에서 일본도 감히 달성하지 못했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그해 3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핵심 부품 공장이 거의 불에 타 없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현대차는 전세기를 여덟 차례나 띄우고 엔지니어 250명을 공수하는 돌격작전을 펼친 끝에 2주 만에 수습했다. 그걸 보고 도요타가 놀랐다. 나는 그때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두 대표 기업에 경종을 울렸다. 다행스럽게 위기의 진앙지에서 비켜나 있어 과실을 챙겼으나, 다른 경쟁자들이 위기를 딛고 살아나는 순간 상황은 돌변할 것이란 경고였다.

6년이 흐른 지금 불길하게도 그 예감은 적중했다. 글로벌 시장에 과거의 패배자가 다시 중무장을 하고 등장했으며, 그동안 간과했던 야인(野人)들이 신병기를 들고 나타났다. 센 놈들이 온 것이다. 이제 6년 전 칼럼 제목의 서술어 시제를 과거형으로 바꿔야 할 때다. 아니 벌써 바꿨어야 했다.

10년 전부터 매출이 역성장하고 한때 7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봤던 일본의 소니. 실패의 대명사였던 소니는 절치부심 끝에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타고 전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12년 전 생산을 중단했던 강아지 로봇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아이보`는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글로벌 무대에서 잠시 비켜나 있던 도요타. 2009년부터 잇따른 차량 결함으로 전 세계에 걸쳐 1000만대에 달하는 리콜의 치욕을 지금은 100년 기업 역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는 상황으로 전환시켰다. 아베노믹스 덕만은 아니었다. 불필요한 군살을 덜어낸 강력한 구조조정에 신형 성장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직접적 경쟁 상대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 두 일본 기업이 이렇게 달라지는 사이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중국 신흥 기업들이 이제는 도저히 넘보기 힘든 경지에까지 올라갔다. 그들에게 한국 기업은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다. 지금 세계를 주름잡는 FAANG(F 페이스북, A 아마존, A 애플, N 넷플릭스, G 구글)을 잡고자 한다. 그 주역들이 BAT(B 바이두, A 알리바바, T 텐센트)이다. 그리고 5G 시대의 통신 강자 화웨이가 있다. 화웨이는 비전공 분야라고 하는 스마트폰에서조차 삼성전자를 누르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얼마 전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상하이와 선전을 다녀왔다. 동행했던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말이 송곳처럼 가슴을 파고든다. "중국 기업을 우회하고 한국이 살길은 없어 보입니다. 다변화를 추구하기엔 중국 기업이 너무 컸습니다. 그러다간 오히려 우리가 주변화될 겁니다"라고.

이들 기업이 강자로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와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활을 관통하는 공통된 키워드를 고른다면 그건 `다름의 추구`와 `도전정신`이다. 작은 성장은 계산과 쥐어짜기로 가능할지 모르나 큰 성장은 모험과 차별화 없이는 안 된다. 소득주도성장의 할아버지로 떠받드는 케인스조차 야성적 충동이 둔화되면 기업은 사멸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역시 기업의 본질은 모름지기 다름을 추구하는 도전정신이고 거기서 슘페터적 혁신이나 다윈적 돌연변이가 탄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일본 소니와 도요타가 그렇게 했고, 중국 신흥 강자들이 모두 그렇게 세계무대로 돌진하고 있다.

엊그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삼성에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고, 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의지를 가지고 그리하겠다"고 화답했다. 한국 경제의 희망을 봐야 마땅할 그 자리가 오히려 공허하고 답답하다.

그래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기업에 다름의 추구와 도전정신이란 유전자가 남아 있는가? 대한민국은 이런 유전자를 키우는 사회인가?

[손현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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