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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규제 풀어야 제2의 '스타일난다' 나온다

  • 이은아 
  • 입력 : 2018.08.02 17:28:19   수정 :2018.08.02 19: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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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프랑스 파리 팔레 루아얄 정원에서 루이비통 패션쇼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카녜이 웨스트, 킴 카다시안, 리애나 등 셀러브리티들이 총출동한 것은 물론 3000여 명의 학생들도 초대됐다. VIP와 유통·언론 관계자 등 소수만 초청되던 기존의 명품 패션쇼 관행을 바꾼 것이다.

이 패션쇼가 더욱 특별했던 건 루이비통 최초 흑인 예술감독 버질 애블로의 데뷔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 `오프화이트`로 1020세대에게 인기를 얻은 뉴욕 출신 디자이너다. 건축공학도 출신으로 패션디자인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그가 보수적인 유럽 명품 패션 하우스의 디자인 수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그룹은 한국의 여성의류 쇼핑몰 `스타일난다`를 인수했다. 스타일난다는 창업 10년 만인 2015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면세점에도 입점했다. 의류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스타일난다의 성장은 2009년 만든 메이크업 브랜드 `3CE`가 이끌었다. 로레알그룹이 스타일난다에 눈독을 들인 것도 3CE의 중국 내 인지도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수 금액은 50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 인수가보다 크고, 스타일난다 연간 외형의 4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들이 꼽은 올해 패션 업계의 대사건(?) 두 가지다.

이제 사람들은 정색하고 옷을 입거나 화장을 하지 않는다. 과거 유명 디자이너들이 주도했던 `하이패션` 대신 젊은 층이 즐겨 입는 거리 패션이 패션의 중심이 됐다. SNS는 세상을 빠르게 바꿔놓았고, 달라진 시장의 중심에는 애블로나 김소희(스타일난다 창업자)가 있다.

한 패션 업계 최고경영자(CEO)는 "패션 업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건 기존 업체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 스타일난다와 같은 신규 시장 진입자들은 늘어나고 있고, 그곳은 호황"이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규제는 예전 그대로다. 따지고 보면 스타일난다의 성공 뒤엔 규제 완화가 있었다.

화장품은 1999년까지 까다로운 약사법 규제에 묶여 있었지만 2000년부터 화장품법이 시행되면서 K뷰티의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

화장품 원료에 대한 규제가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뀌고, 화장품 사업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다시 등록제로 전환됐다. 진입 규제를 풀자 당시 미샤, 더페이스샵 같은 회사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스타일난다도 이 시기에 화장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돼 글로벌 히트상품이 된 쿠션팩트의 탄생 배경에도 규제 완화가 있었다.

기존 잣대만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일들이 앞으로는 더욱 자주 일어날 것이다.

유통혁신이 일어나면서 이제 창업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가질 필요가 없다. 심지어 웹사이트를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 매출이 일어나는 세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해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모자라 대형 쇼핑몰 영업시간까지 제한하자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탈모 방지 샴푸`라는 표현은 안되고 `탈모 증상 예방 샴푸`는 괜찮다는 규제는 살아 있다. `여드름성 피부에 적합하다`는 표현은 허용되지만 `여드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사용할 수 없다.

모두 낡은 규제다.

정부는 최근 원료에 에탄올 등 화학물질이 혼합돼 있다는 이유로 화장품을 위험물로 분류하려던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을 곧이곧대로 적용했다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장품 절반 이상이 위험물로 분류돼 화장품 산업이 고사할 뻔했다.

이처럼 신속한 규제 완화가 이뤄지는 현장이 있는 것을 보면 아직 희망은 있다.

태양광, 수소차, 드론, 유전자 기술, 원격진료, 이커머스, 차량공유 등 다른 사업으로도 규제 완화가 확산돼야 한다.

미래를 향해 달리는 기업들이 낡은 법과 싸우게 해서는 안된다.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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