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자본시장 zoom in] 우리 기업인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 입력 : 2018.08.01 17:01:24   수정 :2018.08.01 19:13:05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48380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꽤 좋다고 하는 직장을 다니던 이가 자기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름의 기술력도 판로도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바와 달리 창업 자본을 유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었다. 벤처캐피털 문을 두드렸으나 `너무 초기이다` `기술을 평가하기 어렵다` 등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만 당했다.
천신만고 끝에 `데스밸리`를 넘었다. 다행히 기술평가 보증을 통해 융자를 받았다. 하지만 매달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 오히려 상환 압박을 받았다. 벤처캐피털 자금이 첨단 IT 기업이 아닌 자기 같은 회사에는 개인 보증까지 서야 하는 융자라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됐다. 너무 힘들어 극단적인 생각까지 한 적도 있었다. 드디어 큰 기업의 발주를 받아냈고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얼마 후 발주 회사가 모든 비용과 수익 명세를 내놓으라 하더니 단가를 깎기 시작한다. 좋았던 순간은 잠시, `대기업 거래처는 자장면과 군만두까지는 먹게 해줘도 탕수육은 먹게 두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와 닿았다. 더 힘든 것은 사람 구하기다. 우리 청년들은 놀지언정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에서 일하지 않으려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어렵사리 구해오지만 말도 잘 안 통하는 이들을 관리하고 일을 시킨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중견기업이 되고 나니 중소기업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전에 누리던 세제 혜택 등 육성책은 이제 없다. 사업에 조금 성공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하나 샀더니 이런저런 세무조사가 나온다.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직원들이 외부 노동계 지원을 받아 조직화되더니 전혀 다른 사람 같은 태도를 보여 마음을 상하기도 한다.

대기업 기업집단에 들어가게 되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세무당국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노사정위원회·금융위원회의 관심과 촘촘한 규제 대상이 되고, 국회 부름에도 실시간 응해야 한다. 그리고 여론은 소소한 미담으로 소문난 몇 곳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러다 보니 대관, 대언론 관계에 집착한다. 정부와 언론사들이 주최하는 행사마다 꼬박꼬박 참석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업적 판단을 뛰어넘는 고용 확대 계획도 발표해야 하고, 국가 수반의 해외 순방길에도 따라나서 투자 약속이나 설익은 업무 협약 조인도 해야 한다.

오늘날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시각보다는 각종 혜택과 편법으로 성장했다는 시각과 굴레를 쓰고 있어 약자로 분류되는 근로자나 협력업체들과의 마찰 시 편들어주는 곳도 딱히 없다. 사업 승계 또한 매우 어렵다.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이 46.2%(주민세 포함)로 올랐고, 최대주주 경영 지분 상속의 경우 할증돼 사실상 65%의 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세 폐지나 감면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상속세가 아예 없는 캐나다, 호주, 홍콩, 싱가포르,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보면서 기업인들은 만감이 교차한다.

기업인의 길은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힘들고 결코 평탄치 않다. 때로는 인생을 송두리째 걸어야 한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일부 재벌가의 갑질로 싸늘해진 대중의 시선까지,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일반 대중은 자유롭게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 글도 올리고 집회도 연다. 대통령은 빨래방으로 호프집으로 이들을 직접 찾아나선다. 분명히 과거와 다른 소통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긍정적인 모습들이다. 그에 비해 고생하는 기업인들의 소통 창구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360만개 중소기업과 3800여 개 대기업이 있다.
잘못도 많이 했지만 잘한 일도 많다. 1700만 일자리를 책임지는 곳이기도 하다. 기업 경영자들이 대내외 정치·경제 상황에 힘겨워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오랜 기간 희생당해 온 소외계층과 함께 기업인들도 국가가 측은히 여기고 돌봐야 할 우리 공동체의 귀중한 일원이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