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칼럼

[장경덕 칼럼] 2008~2018

  • 장경덕 
  • 입력 : 2018.07.31 17:22:31   수정 :2018.07.31 17:55:1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481255 기사의 0번째 이미지
10년 전 이맘때도 나는 열대야로 잠을 설쳤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경제의 위기에 관해 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그때의 폭염도 지금처럼 그악스러웠을까. 그때의 위기는 지금보다 더 확실히 손에 잡히는 것이었을까.

나는 당시의 졸고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10년이라는 세월을 건너뛰어도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그때도 젊은이들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일자리를 얻고 싶어 했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자조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은 공무원이었다. 2008년 여름에도 가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짓눌려 있었다. 실세금리는 오르고 일자리는 줄고 있었다.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한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인기영합적인 대책만 쏟아내는 정치권에 대한 불안은 커지고 있었다. 세계의 경제대통령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한 세기 만에 있을까 말까 한 위기`를 말하고 있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역사의 초고를 쓰는 데 필요한 숙성기간으로 너무 짧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너무 긴 것일지도. 분명한 건 그새 우리의 기억이 무의식적인 편집을 거치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편한 기억은 오래 저장하고, 뼈아픈 기억은 한사코 밀어내려 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느 나라보다 성공적으로 벗어났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건 사실과 거리가 멀다. 우리가 지금도 10년 전과 똑같은 위기를 말하고 있다면 위기는 처음부터 극복된 게 아니었다. 다만 미뤄졌을 뿐이다.

실제로 우리의 위기 대응은 늘 가장 위험한 고비만 넘고 보자는 식이었다. 2008년 가을 리먼 사태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껏 고조되자 정부는 재정을 쏟아부었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사상 최저로 끌어내렸다.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한 위기를 다시 거품을 일으켜서 넘으려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응급처치 후에는 근본적인 수술을 단행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구조조정은 없었다. 지금도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이 29%에 이른다. 초저금리기에는 어찌어찌해서 연명할 수 있었던 좀비기업들은 금리 상승기에 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또다시 나랏돈을 퍼부어 이들을 살리려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10년 전의 위기와 처방이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고용 쇼크에 대한 처방 역시 달라진 게 전혀 없다. 10년 전 정부는 서류 복사 심부름이나 할 아르바이트 자리를 만들고 중소기업에 주는 보조금과 재벌기업들의 배려로 채용을 늘리려 했다. 그 공식은 지금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평균 취업유발계수(산출액 10억원당 직간접 취업자 수)는 15명을 웃돌았다. 지금은 12명이 채 안 될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우는 데 1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단 말인가.

성장의 활력이 떨어지는 데 비해 자산 시장만 부풀어오르는 것도 한국 경제의 이상 징후다. 지난해 전국 토지 시가총액은 한 해 전보다 6.6%(461조원) 늘어난 7438조원에 이르렀다. 명목국내총생산(GDP)의 4.3배나 된다. 그에 비해 작년 설비자산 증가율은 4.7%에 그쳤다. 올해 들어 설비투자는 격감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급증한 시중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지 않고 토지와 같은 비생산자산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전국 땅값은 평균 2% 넘게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상반기(2.7%)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기시감이 느껴진다). 땅값 상승은 궁극적인 인플레이션이다. 주택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땅값이 뛰면 결국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 토지 투기가 확산되면 정부는 또다시 새로운 세금과 규제의 칼을 뽑아들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정권은 두 차례 바뀌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위기는 계속됐다. 정부는 늘 허둥지둥 땜질 처방에 매달렸다.
위정자들과 기술관료의 사고와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의 지적 리더십과 신뢰도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반성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면 그것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소일지 모른다.

[장경덕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