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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막막한 은퇴세대…노후자금 확보 길이 안보인다

  • 임상균 
  • 입력 : 2018.07.26 17:06:56   수정 :2018.07.26 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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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 입주한 지 1년여밖에 안됐고 분양가보다 시세도 크게 올라 꽤나 각광받는 곳이다. 하지만 아파트를 둘러싼 단지 내 상가를 가보면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지하철로 향하는 동선에는 다양한 상점이 들어와 있지만 동선이 다르거나 2, 3층으로 올라가면 텅 빈 상가가 수두룩하다. 그나마 입점 점포도 부동산중개업소, 휴대폰 매장 등 언제 철수할지 모르는 업종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공실이 심각한 상가지만 분양가는 3.3㎡당 5000만원 안팎에 달했다. 같은 단지의 아파트 분양가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이었다. 비싸게 분양했음에도 상가는 무난히 완판됐다. 매수자들은 대규모 가구의 아파트 입주민들이 탄탄한 수요를 만들어주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개발사업자인 조합은 분양이 끝난 후 상권 형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매수자 중 상당수는 세입자도 들여놓지 못한 채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대출이자에 속앓이해야 하는 형편이다.

상가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단면이다. 서울의 또 다른 아파트 상가는 1층에 대형마트와 심지어 영화관까지 들어와 있다. 입주율 숫자만 보면 공실이 거의 없는 완벽한 상태로 보인다. 하지만 2, 3층으로 올라가 보면 간판도 없는 정체 모를 사무실들이 이어진다. 초기 분양 때 임대가 부진하자 임대료가 내려갔고, 그 틈을 타서 인근 대형 시장 상인들이 대거 들어와 창고로 쓰고 있다고 한다. 비록 공실은 적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상권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게 무리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투자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매입하게 된다. 그래서 투자자 상당수는 은퇴세대다. 퇴직금에다 대출을 보태 상가를 매입하는 게 통상적인 자금원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계속 악화된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올 2분기 전국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5.2%다. 작년 1분기 4.1%에서 계속 올라간다. 전북 전남 경남 등은 7%가 넘는다. 숫자가 그렇지 실상은 더 어렵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2~3개월 동안 임시로 쓰는 팝업스토어로 겨우 공실을 메운다. 가장 좋다는 상권인 강남권에서도 한 건물 1층 상가가 통째로 비어 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 족히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은퇴세대가 생활자금을 벌기 위해 마지막 보루인 퇴직금을 상가에 투자하기가 웬만한 각오 아니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택 부문도 녹록지 않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압박하고 있다. 결국 보유세까지 올리기로 확정됐다. 전세금은 하향 기조인 데다 한때 선호도가 높았던 월세는 다시 외면받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건 생활자금을 벌기 위해 임대사업을 시작했는데 갭투자자의 멍에를 뒤집어쓰며 투기꾼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이슈가 불거지며 임대사업자를 사회악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도 있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퇴직금으로 은행 이자보다 조금 많은 월 임대료를 받아 노후생활을 하려는데 범죄자 취급을 받으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렇다고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기에는 현실이 더 막막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내수 침체까지 겹치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폐업 신청 건수가 지난해 90만8076명으로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90만명을 넘었다. 이 중 92.3%가 자영업자다. 서비스업·소매업·음식업 등 생계형 자영업이 30% 가까이 차지한다. 외환위기 당시 폐업자 수가 65만명이었다. 이쯤 되면 치킨가게 열어봤자 1, 2년 안에 망한다는 얘기가 과언이 아니다.


은퇴세대의 노후 생활자금 확보가 막막해지고 있다. 안정적으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간접투자 상품으로 리츠 시장이 열리고 있고 정부도 애를 쓰고 있지만 좀체 활성화되지 않는다.

"정부에 손 벌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만이라도 조성되길 바랄 뿐이죠." 30여 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최근 은퇴생활자 길에 들어선 한 선배의 하소연이다.

[임상균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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