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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BMW 차량 20여 대가 불탈 때까지

  • 최경선 
  • 입력 : 2018.07.25 17:24:36   수정 :2018.07.25 19: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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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달리던 BMW 차량에 또 불이 났다. 24일에는 순천완주고속도로에서 BMW GT 차량에 불이 났고, 23일에는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 BMW 520d 차량에 불이 났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8번째이고, 올해 들어서는 15번째다. 화재는 거의 판박이다.
운전자들은 "엔진 쪽에서 연기가 나더니 곧바로 불이 났다"고 말한다. 스마트카·자율주행차로 나아가는 시대에 이처럼 연쇄적인 차량 화재에 속수무책이라니 놀랍고 어이가 없다. 우리나라가 어떤 사회인가. 올해 5월 초 침대에서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다음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12일 뒤에는 침대 8만여 개를 수거·폐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행여 작업이 늦어질까봐 우체국 직원 3만여 명을 동원해 침대를 수거하기도 했다. 2016년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배터리가 폭발할 때에는 또 어찌했던가. 10만개 중 2.4개가 불량이었지만 45만여 개를 교환·환불해 주고 그 모델 생산을 아예 중단하지 않았던가.

그 사건들에 비해 이번 차량 연쇄 화재가 가볍다고 할 수 있는가. 인명 피해가 없어 다행이기는 하지만 일부 화재는 인근 차량과 건물에 피해를 주기도 했다. 언제 어떻게 피해가 커질지 몰라 걱정인데 알고 보니 BMW 화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화재가 10여 건 발생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고, 2016년에는 BMW가 차량 화재와 관련해 리콜을 실시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 와중에 연쇄 화재사건이 또 발생했으니 지금쯤 요란한 리콜 명령이 내려져야 정상인 듯한데 의외로 조용하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BMW코리아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화재사고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 리콜에 관한 설명도 없다. `BMW 520d 차량이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홍보 문구가 요란하게 등장할 뿐이다.

BMW코리아 담당자에게 "왜 리콜이 이뤄지지 않느냐"고 물었다. "독일 본사에서 문제된 부품이 사용된 차량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이다. 아직 차종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리콜 대상은 10만대 정도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엔진에서 배출되는 고온가스를 냉각시키는 부품이 일부 차량에서 오작동을 일으킨 탓"이라고 했다. 그뿐이다. 화재사건이 지난해부터 얼마나 발생했는지, 불에 탄 차량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를 놓고는 입을 다문다. 그러더니 "차량 화재는 하루 평균 15건 정도 발생한다"며 말을 돌린다.

소방청에 확인해 보니 맞는 말이긴 하다. 차량 화재는 매년 5000건씩 발생하고 국산차와 수입차 화재가 9대1로 발생한다. 그럼에도 특정 브랜드 차량에서 동일한 방식의 화재가 20여 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면 이는 다른 문제다.

이제 궁금한 것은 정부 대응이다. 2015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때 우리 정부의 늑장 대응은 질타의 대상이었다. 그해 9월 미국 환경보호청이 배출가스 조작을 발견하자 미국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해당 차종에 대해서는 미국 내 판매도 곧바로 중단됐다. 그러나 한국은 4개월 뒤에야 수사에 착수했고 거의 1년 뒤에야 판매를 중단했으며 리콜과 보상 과정에서도 한국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차별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알고 보니 BMW는 지난해 11월 화재 위험과 관련해 미국에서 100만대 이상을 리콜했다. 그럼 BMW 화재사건은 이제 폭스바겐의 복사판이 되는 것인가.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부품이 2만개 이상인 차량의 복잡한 구조를 강조한다. "사고 원인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곳도 제조 회사이다 보니 BMW가 최대한 빨리 리콜에 나서도록 독촉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안전연구원도 조사에 나섰지만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다 보니 BMW의 자발적 리콜에 목을 매고 있는 모양새다. "어제도 그제도 야근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종시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지쳐 있다. 강제 리콜이나 판매 중단 같은 과감한 조치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려면 장차관이 전면에 나서야 할 듯한데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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