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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의 기업과 경제] 기업과 경제 살리기 '격문'

  • 입력 : 2018.01.21 17:38:38   수정 :2018.01.24 09: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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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필자는 지체 없이 기업이 빠져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시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지만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만 가르칠 뿐,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시장 균형`을 중심으로 가격과 생산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만 가르칠 뿐, 혁신적인 기업들이 어떻게 균형을 깨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경제성장론`이라는 과목이 있지만 자본과 노동 등 집합적 변수가 어떻게 결합되는지에 대한 모델 위주일 뿐이다.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기존 기업이 더 커지든지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지는 것이 핵심인데, 경제성장론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이렇게 된 중요한 원인은 경제학과 경영학이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경영학의 체계를 만든 피터 드러커는 경제학자였지만 경제학계에서 인정해주지 않았다. `기업성장론`을 만든 에디스 펜로즈도 경제학자였지만 경제학계의 외면을 받았다. 이들은 새로운 둥지를 찾았고 비즈니스스쿨이 이들을 받아들였다.

그 후 상황은 악순환이 됐다. 경제학자들은 경영학자들이 하는 것은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업연구를 피해서 경제연구를 하게 됐다. 경제 성장의 심장을 밖에 내주고 자신들이 상정한 연구 영역에만 안주한 것이다. 한국도 1970년대까지는 경제학과 경영학이 상과대학에 합쳐져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대학에서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과 경제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기업이 잘되지 않고는 경제가 잘될 수 없다. 고용도 대부분 기업이 창출한다. 가장 큰 복지 수단도 기업에 고용되어서 임금을 받고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다. 국민에게 복지수당을 평생 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본인들도 기업에서 일하며 성취감을 얻어야 자기실현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기업 또한 경제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기업경영을 잘해도 경제가 나빠지면 경영 성과가 떨어진다. 망하기도 한다. 1997년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벌어진 뒤 필자와 만난 한 경영학자는 "그동안 경제학이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를 겪으니 생각이 달라졌다. 기업전략에 대해 우리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하더라도 경제가 나빠지면 다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제학자들이 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은 기업과 경제가 이렇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그래서 항상 경제전망에 관심을 갖는다. 정부의 조세정책, 통화정책, 노사정책, 공정거래정책 등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경제가 잘되어야만 기업이 커 나가기 쉽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그룹이나 경제단체들이 `경영연구소`가 아니라 `경제연구소`를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업이 빠진 경제학을 배우다 보니 기업을 모르면서도 경제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일이 벌어진다. 더 나아가 기업이 경제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마저도 만들어진다. 기업이 잘되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경제학자에게 `친기업 경제학자`라는 표딱지를 붙인다. 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에 `친기업 정책`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기업과 거리를 두고 비판해야만 제대로 된 경제학자이고 제대로 된 언론이라는 분위기도 만들어진다.
경제정책 담당자들조차 마찬가지다. 기업인들이 경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 한국 사회에 팽배한 반(反)기업 정서의 상당 부분은 기업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경제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지(知)기업, 친(親)기업이어야 한다. 기업과 기업인을 비판할 일이 있더라도 알면서 애정을 갖고 비판해야 건설적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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