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음식 한류 이야기] 행복의 마법사

  • 입력 : 2018.07.20 17:11:50   수정 :2018.07.23 09:30:5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45851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아들아이가 어릴 적 나는 가끔씩 마법사가 되곤 하였다. 감기에 걸려 콜록거릴 때 만들어주던 나의 만병통치약인 레몬차에 꿀 한 스푼 넣고 이렇게 주문을 외우는 것이다. "자, 이제 마법이 시작됩니다. 여기에 행복해지는 마음을 뿌려 넣은 후 12번 저어 주세요." 큰 몸짓으로 차를 저어 준 후 익살맞은 표정으로 찻잔을 내밀면 영락없이 걸려든 아이는 경외의 표정으로 그 차를 다 마신 후 엄마 마법사를 올려다본다.
목에 손수건을 매어 주며 "행복요정이 그 안에서 잠자고 있으니 곧 잠에 빠질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면 신기하게도 기침은 잦아지고 행복한 모습으로 잠들던 아이와의 마법놀이는 그 아이가 크며 마법의 힘을 잃게 됐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겠지만 어른이 되고 난 후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것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가 `행복`일 것이다. 물질적 성장만을 나타내는 후생지표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측정하는 행복지수라는 지표가 있다. 인간 삶의 질을 객관적인 계량화지수로 표현하는 것이 타당할지 모르겠지만 2002년 영국 심리학자 로스웰과 인생상담사 코언이 발표한 행복공식을 보면 인생관이나 적응력을 나타내는 개인적 특성보다 자존감이나 꿈, 유머 등 고차원적 심리 상태가 3배나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 돈, 인간관계 등 생존 조건은 5배나 더 중요한 것으로 수치화한 것을 보면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먹고사는 일이 해결돼야 함은 필수인 것이다. 이 공식대로라면 나의 행복지수는 생존 조건 중 돈이라는 문제에 걸려 평균점을 대폭 깎아 놓는 데다 100세 인생을 논하게 된 이 시대를 맞아 준비해 놓지 못한 노년 삶에 대한 공포가 더욱 엄습해 온다.

나는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매출은 하락하고 인건비와 식자재비의 두 자릿수 상승에 따라 메뉴 가격도 올려야겠지만 가뜩이나 위축된 손님들 지갑을 열 수 있는 가성비를 생각하면 섣불리 높일 수 없는 문제다. 한국의 높은 물가를 보면 최저임금 상승은 마땅한 것이겠으나 월급을 주는 사장 입장에서 보면 이 또한 식당의 운명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에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창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노사 간 최저임금에 대한 이견은 알고 보면 서로의 생존권을 위한 같은 이야기겠으나 중간선으로 합의된 시급 8350원 최저임금에 어느 측도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은 없는 것인가.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2년 연속 두 자릿수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노측은 왜 만족하지 못할까. 이를 노측의 욕심만으로 치부하기엔 사측 탐욕의 세월이 너무나 길었던 것은 아닐까. 역지사지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기엔 너무 늦었을까.

458516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나 같은 소규모 자영업자가 정책을 주도하는 분들의 깊은 뜻을 알 리 만무하다. 다만 모든 분야에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것만이 목표가 돼서는 어느 누구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만을 알 뿐이다. 어느 사회에나 경쟁은 존재한다. 그러나 목적 없는 과도한 경쟁과 비교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집단적 불행이 될 뿐이다. 나는 인생의 큰 뜻을 품지 못했다.
큰 성공도, 부의 축적도 이루지 못한 삶이지만 나는 나의 인생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보통 사람 중 하나다.

버트런드 러셀은 그의 행복론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행복은 정복하는 것이다. 행복의 비결은 폭넓게 사물과 인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랑을 주고 또 받는 것이다`라고. 행복하기 위한 마음의 선택은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니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늘을 뺏기지 않으며 타인 삶에 대한 관심을 갖고 내 일을 열정적으로 대하게 하소서`라는 행복 마법이 이제는 내게 필요한 때다.

[한윤주 한식전문가(콩두 푸드&컬쳐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