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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의 기업과 경제] 文정부 경제정책에 'F학점'을 준 이유

  • 입력 : 2018.07.15 17:35:47   수정 :2018.07.16 09: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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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은 수강 신청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기업정책은 본질과 어긋난 것이었다.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F학점을 줄 수밖에 없다."

지난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대담에서 사회자가 문재인정부의 지난 1년간 산업정책과 기업정책을 A~F학점으로 평가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한 필자의 답변이었다.
여러 언론에서 이를 보도했지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원인 분석이 잘돼야 낙제점 탈출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은 생산과 분배를 함께 다루는 것이다. 생산이 활발해지도록 도와주고 그 과실이 적절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정책도 규제를 하건 인센티브를 주건 궁극적 목표는 국가경제 차원에서 생산과 분배가 좋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책은 생산활동을 북돋우기보다 더 힘들게 만드는 것들뿐이었다. 생산을 고려하지 않고 분배만 추구하는 것은 사회정책이나 복지정책이지, 경제정책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다. 게다가 지난 1년간 그렇게 많은 돈을 분배에 쏟아부었는데 분배마저 더 나빠졌다. F학점을 줄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정부가 내건 경제정책의 3대 축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주도성장, 공정경제(경제민주화)의 허구성·초보성·부정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본래 내용이 없는 것이다. 소득을 올리기 위해 성장하는 것인데 소득을 먼저 올리면 성장이 이뤄지고 다시 소득이 올라가는 경제는 있을 수 없다. 경제는 화수분이 아니다. 생산성과 연동되지 않는 급격한 임금 상승, 재정을 동원한 소득 보전을 합리화하는 명분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혁신주도성장은 너무 초보적이다. 마르크스, 슘페터 때부터 자본주의 동력이 혁신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와서 `혁신주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생뚱맞다. 혁신을 시스템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제시됐어야 했다. `소득주도`나 `경제민주화`만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면피성으로 들어간 항목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경제민주화도 소득주도성장처럼 경제 논리와 절연(絶緣)돼 있다. 만악(萬惡)의 근원이 `재벌독재`에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것만 해결하면 만사(萬事)가 해결된다는 단순 논리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혁신과 근본적인 부정합을 일으킨다. `차별화`를 지향하는 혁신구조에 `평등화`를 지향하는 정치구조가 들어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벤처기업 20개 중에서 1개만 성공해도 성공이라고 할 정도로 냉혹한 과정이다. 대기업의 신사업 진출이나 연구개발 과정을 봐도 시행착오와 실패투성이다. 그래서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표현을 썼다. 창조가 이뤄지려면 무수한 기업과 사람이 파괴돼야 한다. 이 과정은 절대로 `민주적`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확률이 낮은 일에 도전하는 것인데, 야망을 가진 지도자가 전략을 세우고 돈을 투입하고 조직을 끌고 나가야 한다.

혁신 과정에서 `민주적` 결정이 강조되면 포퓰리즘에 의해 잘못된 결정이 이뤄지거나 결정 장애에 빠질 수 있다. 초기에 대규모 적자를 보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오히려 사내유보금을 빨리 빼내 나눠주라는 압력만 높아진다. 기업은 원래 위계조직이다. 사장을 사원 투표로 뽑지 않고 사장은 사원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한다. 기업을 마치 정치조직인 듯이 다루면 혁신을 위한 조직 통합력은 오히려 떨어진다.

생산과 분배는 고차방정식이다. 두 가지가 갖고 있는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잘 결합해야 한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이나 경제민주화는 경제 문제를 `분배가 해결되면 생산이 저절로 따라온다`는 일차방정식으로 재단한다. 그 과정에서 혁신의 일반 원리가 무시되고 투자가 위축된다.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들이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역설적 결과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으로 돌아가 생산과 분배의 방정식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한 한국경제호(號)의 침몰은 계속될 것이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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