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매경시평] 최저임금 인상의 이중성

  • 입력 : 2018.07.08 17:17:18   수정 :2018.07.09 09:11:07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42953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아무런 문제없이 시간당 임금을 인상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좋은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에서 구상한 의도와는 달리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단기간에 회복시키기 어려운 악순환 구조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충족시켜야 하는 전제조건은 근로자의 생산성 증가다. 기업은 쌓아 둔 재원으로 근로자의 급여를 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근로자가 열심히 노력해서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를 급여로 배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성 증가 속도가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따라잡지 못하면 해당 기업은 궁극적으로 비용이 증가해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두 번째 전제조건은 해당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충분한 일자리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분야에 몰려 있다. 반면에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되는 근로자들은 숫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경쟁력도 취약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자리에 대한 공급과 수요의 관점에서 판단해보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은 취약한 반면에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구조다.

세 번째로 기존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어서 고용 감소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할수록 한국 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감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시간당 10만원으로 인상한다고 가정해보자. 한국 경제에서 시간당 최저임금 10만원을 지속적으로 지불할 수 있는 기업은 상당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2018년에 이어서 2019년에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680원, 즉 기존보다 15% 이상 인상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근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급여를 인상해야 하는 기존 근로자가 500만명이 넘는다. 현재 취업자가 2000만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근로자 네 명 중 한 명의 급여를 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분야는 숙박·음식업, 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농림어업 분야 등이다. 특히 농림어업 분야는 기존 근로자 3명 중 2명의 임금을 인상해야 할 처지다.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영향을 받을 근로자들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세 이상이 62.5%이고, 20~24세가 51.0%로 가장 높다. 30~59세 근로자들에 대한 영향률이 평균 약 22%인 것을 감안하면 취약 근로자들이 받게 될 영향이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있는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다음 세 가지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해당 일자리의 생산성이 15% 이상 증가할 수 있는가? 시간당 최저임금 8680원을 지급할 수 있는 일자리는 충분히 존재하는가? 해당 분야에 있는 고용주들이 최저임금이 15% 인상돼도 기존 근로자들을 계속해서 고용할 것인가?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현실은 누가 봐도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가장 중요한 기업의 설비 투자는 현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가계의 소비활동 역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가계부채는 높은데 금리는 인상되고 있으며, 실업률 역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의 악순환 구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진심이 담겨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현 정부가 진정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싶다면 일자리의 생산성 향상, 높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