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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난민 한해 1000명 수용 뉴질랜드서 찾는 지혜

  • 입력 : 2018.07.04 17:33:57   수정 :2018.07.06 17: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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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에 대한 논쟁을 보며 3년 전 이곳 뉴질랜드에서 있었던 비슷한 상황이 떠올랐다. 2015년 뉴질랜드 정부가 시리아 난민을 위해 3년에 걸쳐 난민 600명을 추가로 받고, 기존 연간 난민 쿼터 750명 중 150명을 시리아인들 몫으로 두기로 결정하면서 난민에 대한 큰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 더니든이 이들 시리아 난민을 위한 재정착 프로그램 운영 장소로 결정되면서 이곳 지역 사회에서는 특히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매년 시리아 난민 수백 명이 이곳에서 재정착 과정을 거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처음 나온 반응은 치안에 대한 걱정이었다.
마침 IS에 의한 테러가 유럽에서 일어난 시점이어서 난민들 사이에 IS 요원이 섞여 들어올 가능성에 대한 걱정을 많이들 했다. 또한 그들의 전쟁 트라우마 혹은 문화적인 몰이해가 사회에 끼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게 논의됐다. 그렇게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지난 3년 동안 많은 시리아 난민이 인구 13만명인 소도시로 유입됐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치안에 큰 영향이 없다. 공식적인 통계에 나타나는 범죄율 관리는 안정적이고, 언론에서도 난민이 연계된 범죄 소식을 찾기 힘들다.

당시 또 하나 심각하게 논의된 의제는 비용 문제였다. 난민들이 도착하면 가족 단위로 집을 제공하고, 생활 조언자가 될 시민 자원봉사자와 정부 관리가 배당된다. 처음 몇 달 동안 가급적 그들끼리 생활하면서 사회적응 훈련을 거친 후 취학 연령 아이들은 학교로, 성인은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교육과 사회화 과정으로 안내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더니든에서는 비용에 관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이 강구됐다. 많은 이들이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첫 난민 정착자가 도착한 뒤 6개월이 지나자 난민들이 스스로 다음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새 정착자들 집을 방문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모스크를 가고, 학교에서는 새로 온 아이들을 챙겼다. 그 덕에 이 일의 책임을 맡은 적십자는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모집하는 봉사 인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의 논의에 난민들이 만들어낼 문화적·사회적 이질감에 대한 걱정도 많이 보인다. 뉴질랜드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게 없었다. 오히려 시리아 문화가 더니든의 복합문화에 기여할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어떻게 하면 이들 문화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물론 한국에 살면서 난민들이 존중하고 따라야 할 여러 사회 규범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혹 등장하는, 우리 문화를 절대시하고 표준화하려는 논점은 좀 다른 문제가 아닐까. 과거 7년 동안 영국 북부 지역에 살면서 여러 형태의 문화적 차별을 겪은 우리 가족은 `우리나라에는 우리 문화`라는 자문화 중심주의가 가진 폭력성에 대해 늘 되짚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에 앞선 보다 근본적인 논제는 `우리가 왜 난민과 함께 살아야 하나`에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끼리만 살기도 어려운데, 잘 알지도 못하는 잠재적 위험 인물들을 왜 수백 명씩 받아 화를 자초하느냐는 걱정이 있다. 사실 경제적 이익, 사회적 비용만 생각하면 타당한 걱정이다.

다만 닥쳐 온 생명의 위협을 피해 탈출한 후 몇 년을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리며 떠돌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우리는 자주, 그들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자기 집에서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삶을 영위하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그냥, 그들도 사람이다.


우리 사회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이들을 무턱대고 받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어디까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논의도 해보기 전에 `다 쫓아내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게 안타깝다. 뉴질랜드는 총인구가 430만명이다. 거기서 한 해 난민 1000여 명에게 정착을 허락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혜를 짜내고 있다.

[이성용 뉴질랜드 오타고대학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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