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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손현덕 칼럼] 근로기준법 6종세트

  • 손현덕 
  • 입력 : 2018.07.03 17:50:28   수정 :2018.07.03 21: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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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칼럼 `헌법 32조, 일할 자유`는 주(週)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한 일종의 철학적 사유였다. 근로의 가치에 대한 판단의 문제이며, `저녁 있는 삶`과 `돈 있는 삶` 간 균형의 문제로 국민 개개인의 선택이자 자유의 영역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이 제도를 무차별적으로 시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역효과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칼럼은 속편(續編)이다.
청와대, 집권 여당, 정부도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보완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보완`을 강조하면 `취지`가 퇴색된다는 입장임을 내비쳤다. 바로 이 대목. 예외의 폭넓은 인정을 제도의 후퇴로 생각하는 것. 이 역시 도그마다. 마치 근로자들을 주 52시간이라는 침대에 맞추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보는 것 같다. 모두에게 맞는 침대는 없다. 소득계층별, 직종별로 크기가 다른 침대를 준비하는 게 옳지, 몸의 크기가 침대에 맞지 않는다고 손발을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침대를 국민 개개인에게 맞춰주는 것이 `보완`이고 이는 침대생활이라는 제도(주 52시간)의 정착을 위한 보조장치다. 그걸 현행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다.

6종 세트가 있다. 사용자들이 그토록 애원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51조). 1년 내내 똑같은 시간 근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주는 8시간 더 하고 어떤 주는 8시간 덜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정 기간을 평균해 법정기준을 맞추자는 게 탄력근로제다. 이게 우리는 최장 3개월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통상 1년이다. 그나마도 이를 활용하는 기업이 3% 정도다. 이런 보완책이 과연 취지에 반한 것일까?

둘째, 선택적 근로시간제(52조). 쉽게 말하면 출퇴근 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제도다. 정산기간이 1개월이나 이 역시 늘려줄 수 있다. 근로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조치는 아닐 것이다.

셋째,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58조1항). 출장이 많아 외근을 많이 하는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측정이 곤란하다. 이 경우 노사 합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근로시간을 계산하는 제도다.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자유를 증진시키는 보완책이다.

넷째, 재량근로제(58조3항). 신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요원, 신문기자가 해당한다. 이는 회사가 업무를 근로자 재량에 맡기고, 근로시간은 노사가 합의하는 제도다. 해당 근로자들은 사업자의 간섭을 덜 받고 선택의 폭이 커진다. 이들에겐 근로의 양보다 근로의 질이 더 중요하다.

이 네 가지 보완책을 통칭 유연근로시간제라고 한다. 주 52시간 근로가 가져올 현장의 경직성을 완화해 실질적으로 제도가 뿌리내리게 하는 제도다. 법으로 보장한.

여기에 두 개의 특례조항이 있다. 하나는 감단근로자(63조 3호). 감시 또는 단속(斷續)적으로 일을 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근로시간의 예외를 인정하는 보완책이다. 운전기사가 대표적으로 휴게 및 대기 시간이 많아 이를 근로시간에 포함시킬 경우 오히려 실직을 하거나 급여가 대폭 깎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임원 같은 관리감독자(시행령 34조). 이들에게 근로시간 준수를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일 것이다.

고용부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문답자료집을 내놓은 데 이어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속 시원한 대답은 되지 못했다. 아마도 명분과 실용 사이에서의 갈등 때문일 것이다. 보완 대책을 과감히 시행할 경우 쏟아질 노동계의 질타와 비난에 겁먹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노동계라는 것이 진정 우리나라 근로자 전체를 대변하는지, 그 큰 목소리 뒤에서 숨죽이고 흐느끼는 다수의 근로자들 목소리는 들어봤는지, 그리고 이 제도의 시행이 빚어낼 경제의 부작용은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고용부 관료들은 지금이라도 근로기준법 제1조, 목적부터 읽어보길 바란다.
머릿속에 생생하게 각인돼 있을 것 같지만 다시 한번 적어본다.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지 못하고, 삶의 질을 퇴보시키고,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 그걸 보완하는 게 근로기준법의 정신이다. 결코 취지의 퇴색이 아니다.

[손현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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