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필동통신] 흔들리는 법원, 피해자는 국민

  • 입력 : 2018.07.02 17:22:51   수정 :2018.07.02 17:53:2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41626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근자에 들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들이 작성한 문건 등을 둘러싸고 큰 논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대법원의 청와대를 상대로 한 재판 거래 의혹입니다. 그 문건 일부 내용이 부적절하고 그것이 국민의 의심이나 오해를 불러오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그러나 법원 실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대법원이 청와대와 재판을 매개로 소위 거래를 하고 실제로 그런 재판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문제는 많은 국민이 의심의 눈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고, 이것만으로도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법원 내부가 분열되고 대처하는 모습은 국민을 불안하게 합니다. 그 피해는 당연히 국민 몫입니다. 국민은 지금까지 우리 법관들이 우수하고 성실하고 청렴하다고 인정해주었습니다. 가끔 실망스러운 행위를 하는 법관이 있어도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법원 조직 자체는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해주었습니다. 기본권 보장과 사회질서 유지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흔들리면 국민은 기댈 데가 없기 때문에 법원과 법관들을 격려하기 위한 뜻도 포함돼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국민의 뜻을 헤아린다면 법원은 하루빨리 사태의 본질을 잘 파악해서 수습에 나서야 하고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려야 합니다. 그 해결 과정에 정치 논리나 개인적 이해관계 등 불합리한 요소가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한 법원 만들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서구의 문물과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사법제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판제도를 도입하면서 당장은 자질을 갖춘 법관이 부족해 하급심 판결이 부실할 여지가 많았으므로 되도록 상소의 길을 넓게 열어두었습니다. 즉 상고를 엄격히 제한하는 서구의 원추형 대신 원통형 타입의 상고심 제도가 운용되었습니다. 일본 지배하에 일본 제도를 시행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기에다 승부에 있어서 삼세판을 내세우는 우리 정서도 한몫해 상고 사건이 폭증했습니다.

그러한 연유로 현재 우리 제도는 대법원을 법률심으로 하여 상고 이유를 제한하고 있지만 국민은 이에 상관하지 않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고 있습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대법원이 법률 해석 및 통일을 하는 역할에 더해 개별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권리 구제에도 충실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하여 1년에 수만 건의 사건이 대법원에 밀려오고 각 대법관은 매일 1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대법원은 실제로 사건의 경중을 가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패소한 당사자는 자기 사건이 충실히 검토되었는지 의구심을 갖고 법원을 불신하게 됩니다. 더욱이 판결 이유조차 없이 선고되는 판결에 대해 낙담하고 이로 인한 불만이 상당한 실정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법관을 대폭 늘리거나, 대법관 외에 대법원 판사를 두어 대법관과 재판부를 구성하도록 해 재판부를 늘리거나, 대법원 외에 따로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상고법원 제도는 새로이 상고법원을 설치해 상고법원이 종래 대법원 사건의 상당 부분을 분할 처리함으로써 충실한 사건 심리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상고법원 제도의 장단점이 활발히 논의되고 필요에 따라 대안이 검토돼야 했습니다.
논의의 초점은 당연히 합리적인 사법제도 틀 안에서 국민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거리가 먼 논의만 이루어지다 도입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역량을 그대로 드러낸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하급심의 심리 충실화 방안과 함께 국민의 요구를 해결해줄 상고심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법원 신뢰 회복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사회 초년생 1억 만들기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