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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자율주행차, 법률정비도 '실기' 말아야

  • 입력 : 2018.01.17 17:17:27   수정 :2018.01.18 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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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평소 가깝게 지내는 싱가포르 경제개발처(EDB) 한국사무소 대표로 있는 파비안 탠(Fabian Tan)을 만났다. EDB는 싱가포르 경제와 산업 개발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기관으로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역동적인 비즈니스 지속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기관이다. 우리 논의 주제는 어느덧 공동 관심사인 자율주행차로 옮겨갔다.

탠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이미 국가적으로 정부부처들이 민간 부문과 함께 자율주행차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규제 및 산업 개발과 차량 보급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버스와 택시, 도로 청소차, 쓰레기 수거차 등의 자율주행을 시험하고 있다. 대형 화물차 4대 중 선도차량 1대를 제외한 나머지 3대는 자율주행으로 운행하는 것도 시험 중이다. BMW·델파이 같은 글로벌 회사들과 연구기관도 참여해 싱가포르 정부·기업과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있다. 특히 놀라운 것은 교통부처에 자율주행차 관련 하위 법령을 제정할 권한을 주었으며, 자율주행 기술을 보급하려고 필요한 경우 신속한 대응을 위해 현행 관련 법령을 면제하거나 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도로교통법령 안에 포함해놓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주요 나라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미국은 교통부 도로교통안전청(NHTSA)에서 100쪽이 넘는 `연방 자율주행차 정책`을 2016년에 발표해 관련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매우 구체적인 운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고, 국가와 각 주들의 역할 분담을 정리하고 있으며 미래에 필요한 법제들까지 정리해놓았다. 주별로도 적극적인 입법이 진행돼 2017년 10월 중순부터는 구글 계열사인 웨이모가 애리조나주에서 운전석에 운전자 없이 시험운행을 진행하고 있다.

벤츠·BMW·아우디 같은 차들의 본거지인 독일에서도 2015년 `자동화되고 연결된 운행을 위한 전략`을 발표하며 인프라스트럭처, 규제, 이노베이션, 데이터통신, 사이버보안과 정보보호 분야에 대한 방향과 정책을 명확히 했다. 2017년 5월에는 법을 개정해 자율주행 모드로 운전하는 경우 손을 핸들에서 뗀 채 도로를 주시하지 않고 인터넷 검색이나 이메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자율주행 모드의 시스템 오류로 사고가 나는 경우 제조자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

철학이 발달한 독일답게 2017년 6월에는 `자율주행 및 연결 교통을 위한 윤리원칙`을 제시해 자율주행차의 최우선 목적은 모든 도로 사용자의 안전임을 명확히 했으며 인간 자율의 원칙, 즉 행동의 자유를 즐기되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준수하도록 했다. 불가피한 사고 상황(예를 들면 어떻게 운행해도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개인별 특성(연령, 성별, 육체적 또는 정신적 상황)에 따라 차별을 두는 것도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외견상으로는 2015년 5월 관련 부처들이 합동으로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 방안`을 마련했으나 이는 부처 간 업무 분담을 정리한 수준이다.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제도도 시행하고 있으나 2017년 11월 현재 시험운행 중인 자율주행차는 총 29대에 불과하다. 2016년 6월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이 발족해 관련 정부부처와 산학연 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후의 적극적인 활동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노력이 실효를 거두려면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존재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관련 부처를 보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주된 위원회 또는 소관 부처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인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미래성장동력특별위원회인지, 지난 연말에 발표한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차 관련 전담 태스크포스인지 혼란스럽다. 범정부적으로 이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 관련 정책과 규제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지침도 필요하다. 미국과 독일에서처럼 정부는 자율주행차 법제의 미래 방향성을 명확히 해 관련 산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관련 법만도 자동차관리법, 자동차등록법, 위치정보법, 도로교통법, 제조물책임법, 개인정보관련법 등 다양하다.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명확한 미래 제도의 방향을 제시하며,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적극 동참해 자율주행자동차의 미래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그려본다.

[이명재 법무법인 율촌 고문·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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