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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대만큼 실망도 컸던 美北정상회담

  • 입력 : 2018.06.13 17:41:48   수정 :2018.06.14 18: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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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미국과 북한이 해결할 일로 치부하고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그런 만큼 이번 6·12 미·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은 더 컸다. 합의문에는 `4·27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김정은의 선의에 기대는 것에 다름 아니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앞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면서 뒤로는 끊임없이 핵 개발을 했다.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관련해서 이 한 문장 외에 다른 내용은 없다. 비핵화의 대상과 범위 및 시한(단계별 시간표)도 없다. 가장 중요한 사찰과 검증에 대한 표현도 없다. 핵 개발 당시 수준과 비교할 때 이번 6·12 미·북 합의는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에도 못 미치고 2005년 6자회담을 통해서 체결된 9·19 공동성명에도 못 미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나쁜 합의는 선택지가 아니며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안(案)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고 항상 밝혀왔다. 그러나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에서조차 이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8일 미국이 맺은 최악의 합의라고 비판하며 탈퇴한 이란과의 핵 협정(JCPOA)보다도 못하다. 아무런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번에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이 시작이며 앞으로 북한과의 지속적인 회담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최대의 압박` 정책과 미·북 간 다수 실무회담을 통해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앞으로 풀릴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공언했던 대로 나쁜 합의를 할 바에야 차라리 회담장을 떠났더라면 비판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론은 북한을 비판했을 것이다.

지난 3월과 5월에 두 차례 북·중정상회담이 개최된 후 중국의 대북제재가 보이지 않게 완화된다는 말이 들렸다. 그런데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서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며 향후 필요에 따라 대북제재를 중단하거나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힘을 보탤 것이다. 한국 정부는 비핵화 프로세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라는 이름하에 남북 경협 분위기를 띄웠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북한을 지원하려고도 한다. 대북제재 카드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의사를 비쳤다. 대북 군사옵션 카드는 테이블에서 사라졌다. 모든 것이 김정은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심각한 상황이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언론과 의회의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상원의 민주당 지도부는 6월 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북 합의 시 반영해야 할 다섯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이번 회담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심지어 공화당 의원들도 내심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할 것이다. 최소한의 조치로 여겼던 미국 본토에 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 해소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북정상회담이 실망스럽다고 우리도 미국 대통령을 탓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가 왜 미국 대통령만 쳐다봐야 하는가. 우린 대통령이 없는가.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갖고 있는가. 우린 앞으로 도대체 누굴 믿고 의지해야 하나?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상돈 한국외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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