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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한반도 평화의 여정을 위한 첫발

  • 입력 : 2018.06.13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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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역사적인 첫 미·북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약 70년간 적대국으로 맞서온 미국과 북한의 정상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마주 앉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노력, 미·북 관계 정상화 추진, 전쟁 포로·실종자 유해 송환 등을 담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청사진`이지만 아직 모호하고 구체화해야 할 과제가 곳곳에 남아 있다. 미·북정상회담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한국 정부가 앞으로도 이번 합의를 구체화하고 이행되도록 하는 데 지속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미·북정상회담의 성패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CVID)`에 달려 있었지만 공동성명에 이 표현이 끝내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쉽고 실망스럽다.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표현됐을 뿐이다. 이런 문구만 본다면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에 비해 진전됐다고 보기도 힘들다. 당시 공동성명에선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고 조속하게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조치에 복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미 10여 년 전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하고도 그 합의를 진행시키지 못한 것은 북한과 IAEA가 사찰 방식을 두고 마찰을 빚은 탓이다. 이번에도 북한이 어떤 핵무기를 언제까지 포기할 것인지, 그 검증은 어떻게 받을 것인지 분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해왔지만 이번에도 합의를 반드시 이행하도록 이끌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핵무기 중 일부를 북한이 조기에 반출할 것이란 기대도 구체화되지 않았고 완전한 핵폐기를 언제까지 달성할 것인지 시한도 명시되지 않았다. "비핵화가 빨리 시작될 것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만족을 표시했는데 그렇다면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여러 걱정들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분명한 비핵화뿐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안전보장(CVIG)`을 요구해왔다. 9·19 공동성명에도 `미국은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조항이 명시됐었는데 중요한 것은 합의를 지키려는 자세와 상호 신뢰다. 비핵화 조치가 이행된다면 종전선언이나 경제 제재 해제, 북·미 수교 등이 뒤따를 것이고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 제재도 유지돼야 마땅하다.

이번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은 지난날의 북한 비핵화 합의나 협상과는 달라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무려 34년 만에 중국·러시아·몽골이 아닌 제3국으로 나섰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대하고 김 위원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정상회담에서 거론됐다는데 자주 국제사회와 교류하면서 정상적인 국가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제 북한 비핵화 합의를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노력도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리는 북한 경제 지원에 많은 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한국·중국·일본 부담을 강조했는데 이런 식으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실제로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하게 되는 단계에 이른다면 미국은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 핵무기를 빌미로 군비 경쟁을 펼쳐온 주변국들도 그 비용을 생산적인 협력자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일본은 전후 배상금을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확장해 북한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이 모든 것은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 일본·중국 등 주변국으로부터도 핵포기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를 둘러싼 대화에 물꼬가 됐던 것처럼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도 남북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14일 남북이 10년6개월 만에 개최하게 될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은 그런 면에서 주목된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전쟁 위험의 실질적인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을 진척시키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DMZ) 평화적 이용, 군사회담의 정례화 등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당장 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는 신뢰 구축 방안들이다.


70년에 걸친 뿌리 깊은 적대 관계가 한두 차례 회담으로 일거에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면 성급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과 북한) 두 정상이 물꼬를 연 후에도 완전한 해결에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말 그대로다. 앞으로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이견과 마찰이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을 깨지 않는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 `역사적인` 이번 첫 발걸음이 보다 단단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과 주변국들도 다 함께 북한을 주시하면서 비핵화 압박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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