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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의 기업과 경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전상서

  • 입력 : 2018.06.10 18:28:01   수정 :2018.06.11 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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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2년 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토론회에서 만난 뒤 우리는 계속 기업과 경제 문제에 관해 대척점에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토론회 당시에도 우리는 양극화의 원인,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의 원인에 관해 정반대 인식을 표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의 부진이 대기업의 `나 홀로 성장` 혹은 중소기업 착취가 핵심 요인이라고 전제한 반면, 나는 대기업이 국내 투자를 적극 늘리지 않았던 여러 여건에서 그 원인을 찾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쟁 관계`에 방점을 뒀다면 나는 `보완 관계`가 일반적으로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만약 `낙수효과`가 줄었다면 대기업 규제를 늘리기보다 이들이 국내 투자를 더 늘리도록 하는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인식차는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서로 반대편 증인으로 나서면서 다시 확인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5년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나쁜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영 승계를 위해 밀어붙인 것이었다고 주장했고, 나는 승계 목적이 설혹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주주와 여타 주주 간에 `윈윈(win-win)`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서도 김 위원장은 대주주의 소수주주 착취 가능성에 방점을 두었고 나는 보완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헤지펀드 엘리엇의 개입에 대해 우리의 생각이 엇갈렸던 것도 같은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엘리엇이 `윈루즈(win-lose)` 게임을 하는 재벌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동조 세력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윈윈 게임`판에 들어와 자신의 `윈`을 더 크게 하기 위해 `윈루즈 게임`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주체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무산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우리의 인식차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취임 후에도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이렇게 수동적인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돈을 가져와라. 내가 그 돈을 더 크게 만들어줄 것을 약속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현대차그룹에 요구한 순환출자 해소를 축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김 위원장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를 원했던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 때문에 좌초됐습니다.

엘리엇은 이번에도 `윈윈 게임`판을 자기 입맛에 맞게 `윈루즈 게임` 프레임으로 바꾸고 단기 이익만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끌고 갔습니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도 제기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초기부터 이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이유는 정책에 부응하는 한편 `주주가치`라는 측면에서도 `윈윈`하는 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엘리엇은 정책 부응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두지 않았습니다. ISS 등 투표자문사들도 엘리엇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기업이 처한 국내외적 현실을 재평가하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국내 블루칩 회사들은 대부분 외국인 지분이 절반가량에 달합니다. 외국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면 법과 규정이 명확해야 합니다. 현행법상 신규 순환출자는 불법이지만 기존 순환출자는 적법합니다. 불법이 아닌데 `정부 방침`에 부응하기 위해 개편안을 내놓았다며 이를 승인해달라고 주주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먹히지가 않습니다.


나는 순환출자가 `적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정부가 순환출자 해소를 정말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한다면 공론화를 거쳐 법을 통과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구조 개편을 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이도 저도 못하게 발목이 묶일 것입니다.

이번 사태가 `경제민주화`의 목표와 수단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현장이 무시되면 `민주`라는 이름의 경제 독재 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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