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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세형 칼럼] 3만달러 후 4만달러 실패한 나라들

  • 김세형 
  • 입력 : 2018.01.02 17:17:49   수정 :2018.01.30 17: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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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로 부산을 떨겠지만 한국의 진운(進運)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경제다.

문재인정부 2년차는 소득 3만달러로 먹고살 만하니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국민 여론은 올해 성장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KBS 여론조사)는데 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갈 작정이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신년 경제운용계획을 들여다보면 분배에 정신이 팔렸을 뿐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 전쟁에서 승리하자는 결의는 잘 안 보인다.
소득 4만, 5만달러로 가기 위한 독일의 제조업 4.0, 중국의 제조업 2025 같은 비전은 하나도 없다. 이 계획을 발표한 날(12월 27일) 국민경제자문위원들이 지각 임명됐고 돌아가며 경제상황 진단과 해법에 관한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 자문위원은 "3만달러 돌파를 내세우지만 시장엘 가보면 경기가 너무 위축돼 있다. 왜 지표만 좋아졌나. 반도체 석유화학 등을 제외하면 현장 경기는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다른 위원은 "일자리는 기업 몫이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경제정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드에 맞춰 뽑은 자문위원들의 현실 인식이 이렇다.

장밋빛으로 새해 플랜을 늘어놓은 경제장관들의 얼굴이 벌게지고 대통령도 머쓱했는지 이런 회의를 자주 갖자고 했다 한다.

원래 문 대통령이 오늘 경제인 신년회에 가서 "기업, 경영인 여러분이 소득 3만달러 돌파 1등 공신"이라고 치켜세워줬더라면 기업인의 야성적 충동에 불을 켜줬을 것이다. 청와대는 신년하례에 경제단체장, 4대 그룹 회장(급)을 초청했지만 대화는 없고 출석의 의미밖에 없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절규하고픈 심정"이라고 말했다.

재정으로 일자리 만들기는 위조품이다. 미국이 법인세를 파격적으로 낮추니 중국은 신정 연휴 기간 중 외국기업이 재투자 시 원천세(10%)를 면세하겠다는 발표로 응수했다. 기업 일자리를 뺏길까봐 이렇게 세계 1·2위 경제대국이 발버둥친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비밀리에 기업 총수를 만나본들 이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의 처지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기업인들 간 말싸움조차 신기하고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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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기후협약에서 발을 빼고 샬러츠빌 사건 때 인종차별 행위를 두둔하자 팀 쿡(애플), 제프 베저스(아마존), 일론 머스크(테슬라) 등은 대통령을 비판했다. 미국 검찰 공정위가 그 기업들을 혼냈다는 소문은 없다.

원래 기업가는 정치에 무관심한 게 전 세계의 황금률이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 양극화, 불평등 문제로 기업들이 공격당하니 이제 기업인들이 정치에 초연할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노동이사제, 연기금 주주권 강화, 근로시간 단축, 탈원전 강행 등의 정책은 산업계의 운명이 걸린 사안들이다. 반자본주의적 개헌을 시도하면 이제 CEO들도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탄핵재판에 회장들이 증인으로 줄줄이 불려나가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2심판결을 앞둔 시점이라 기업인은 숨소리도 못 내는 상황이다. 이럴 때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토론하고 "자유발언을 보장한다"고 선언하면 한국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인들 또한 문화를 바꿔야 한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알리바바의 마윈 등은 끊임없이 청년들에게 꿈을 주고 대화하고 부(富)를 사회에 환원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근래 IT시대 들어 성공한 오너들조차 돈 좀 벌면 은둔해 버리고 재능을 청년들과 나누지 않는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이 3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가는 데 평균 5.6년이 걸렸으나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3개국은 끝내 4만달러로 못 가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재정 악화, 내수 침체, 제조업 하락, 출산율 악화가 그 이유였다. 영락없는 한국의 모습이다. 한국은 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는 올해 공교롭게도 세계 경제성장률(3.7%)과 국내성장률(3.0%) 간 갭(gap)이 사상 최대로 벌어진다.
수출증가율도 4%대로 주저앉을 모양이다.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하강세다. 양극화, 불평등 심화는 기술 발전에 따른 세계적인 현상일 뿐 기업의 잘못이 아니다. 미국도 똑같은 상황인데 왜 법인세를 인하했는가. 유독 한국만 대기업을 적폐시하는데 자칫 그리스처럼 도로 2만달러대로 추락할 수 있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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