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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이탈렉시트의 이면

  • 노영우 
  • 입력 : 2018.06.07 17:28:54   수정 :2018.06.07 17: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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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 흥부놀부전 이야기. 어느 날 놀부가 흥부에게 자기 집에 들어와 살라고 했다. 흥부와 그의 식구들은 부자 형님과 한집에 살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들어가 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집에 들어와 살다 보니 당초 생각과는 달랐다. 같은 공간에서 살 뿐 살림살이는 따로 했다.
인색한 놀부는 틈만 나면 흥부에게 `나처럼 잘살려면 절약해 돈을 모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돈을 모아야 살림도 합칠 수 있단다. 흥부는 속으로 `누가 그걸 모르나` 하며 투덜거렸다. 문제는 또 있었다. 흥부가 따로 살 때는 밖에 나가면 친구들이 가난한 흥부를 도와줬다. 이제 친구들은 `한집에 사니 당연히 부자 형님이 도와주겠지` 하며 외면했다. 흥부는 형님이 도와줄 것을 생각하고 씀씀이를 늘린 것도 후회가 된다. 살림은 합치기 전보다 더 어려워졌고 한번 늘린 씀씀이를 줄이긴 힘들었다. 아내와 자식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급기야 이럴 거면 다시 나가 살자고 조른다. 흥부는 `그래도 형님이 도와주겠지` 하며 놀부 눈치를 보고 있다. 여차하면 집을 나갈 생각도 있다. 놀부는 독일, 흥부는 이탈리아로 보면 최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논란과 본질이 비슷하다. 이탈렉시트는 정치권 슬로건으로 등장했지만 근본 원인은 유럽국가 간 경제적 불균형의 심화다. 역설적이지만 유럽 국가들이 1990년대 들어 `하나의 유럽 건설`이라는 명분 아래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화폐 통합과 관세동맹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내걸고 출범한 유로존은 `평균의 함정`이라는 문제를 드러냈다. 경상수지 흑자국은 화폐가치가 절상돼 흑자 폭이 줄어들고 적자국은 반대로 화폐가치가 절하되면서 적자 폭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로화의 가치는 여기에 참여한 19개국 통화가치의 평균에 가깝게 결정됐다. 그러다 보니 경상수지 흑자국 통화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적자국 통화는 고평가됐다. 경상수지 적자국은 적자가 더 커지고 흑자국은 흑자가 더 커지는 불균형이 확대됐다. 남유럽 국가들은 화폐 통합 초기 소비를 늘린 데다 날로 커지는 경상수지 적자까지 국가 재정으로 메우다 보니 나랏빚이 더욱 늘었다.

유럽 경제 통합의 다른 축인 관세동맹도 비슷하다. 관세동맹을 체결하면 역내 관세는 철폐되고 역외 국가에 대해서는 단일 관세를 매긴다. 그러자 산업경쟁력이 높은 국가는 수출이 늘어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가는 수입이 더 늘어 불균형이 심해졌다. 독일은 관세동맹과 화폐 통합의 수혜국, 이탈리아를 포함한 남유럽 국가들은 피해국이 됐다. 남유럽 국가들이 독일에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은 남유럽 국가들의 방만한 소비에서 이유를 찾았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을 해야 한다며 맞섰다. 불균형은 국가 간 불신을 낳았다. 유럽이 당초 계획했던 재정과 정치 통합의 로드맵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남유럽 국가들의 불만은 커졌다.

이 공간을 대중의 불만을 자극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포퓰리즘 세력이 파고들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은 자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로존 이탈`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선거에서 제1당에 올랐다. 유로존 이탈은 이탈리아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연쇄 이탈을 불러와 유로존의 붕괴와 직결된다.

이들 국가를 지원할 돈줄을 쥐고 있는 독일은 딜레마에 빠졌다. 유로존이 붕괴되면 그동안 누렸던 이익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유럽 분열에 따른 정치적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지원할 경우 갈수록 늘어날 지원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유로존 위기는 일시적 지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위기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탈렉시트 이면에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럽 국가 간 신뢰 회복과 공동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노영우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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