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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바보야, 문제는 소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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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간 경기 논쟁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김 부의장이 경기가 침체 국면 초입에 있다고 진단하자 김 부총리는 나쁜 흐름은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누가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확인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이번 논쟁을 기억할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문제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경기 논쟁은 참 공허하다. 경기는 보통 성장률을 근거로 평가하지만 이것처럼 가슴에 와닿지 않는 통계가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무려(?) 3.1% 성장했다. 2015년 2.8%, 2016년 2.9%에 비해 좋아졌다. 미국(2.3%) 일본(1.7%) 대만(2.8%)에 비해서도 꽤나 괜찮았다. 올해도 3.0% 달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경기가 좋다는 사람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회사에 다니는 친구든, 단골 식당 사장님이든, 택시 기사님이든 "먹고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들이 엄살을 부리는 걸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성장률이 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다. 성장률이 괜찮은 건 주로 수출 덕분이다.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의 대기업이 주도한다. 그러나 이런 장치 산업은 생산이 늘어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삼성전자나 그 주변 사람들을 제외하면 성장의 과실을 따먹지 못한다는 뜻이다.

낙수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수출보다 내수가 살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소비가 핵심이다. 소비가 살면 그 효과가 구석구석 스며든다. 수출에 비해 변동성도 작아 경제 운용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정부는 소비 살리기를 포기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 저소득층이 한계소비성향이 더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려주면 경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지만 하위 50% 계층의 올해 1분기 가계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소득주도성장은 긍정 효과가 90%"라는 청와대 설명도 실직자·영세자영업자를 제외한 통계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빛을 잃었다. 가게 주인의 호주머니를 털어 직원에게 더 주라고 강제하면, 소득이 뻔한 주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직원 수를 줄이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정부는 `마이너`한 경제 이론을 현실에서 실험할 게 아니라 소비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을 허무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 목표는 서비스업을 키우는 것이 돼야 하고, 그러자면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도 20년째 되돌이표를 반복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각종 규제로 관광 인프라스트럭처가 낡아가는 사이 내국인은 해외로 나가 돈을 쓰고, 한국을 한 번 왔던 외국인들은 다시 이 땅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 올해 1분기에만 여행수지 적자가 무려 4조원에 달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원격진료를 허용하면 한국 최강인 의료와 정보기술(IT)이 만나 경쟁국들이 부러워할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텐데 의사들의 집단 반발에 1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기득권 노조의 장벽도 넘어서야 한다. 대기업 노조의 몽니를 그대로 지켜본 대가는 협력업체들이 짜낸 고혈로 치르고 있다. 그 여파는 노조가 약한 중소기업 직원들의 소비 여력 감소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소비를 가로막는 최고봉은 사교육비 부담이다. `일타(일급 스타)` 강사가 강남에서 매입했다는 수백억 원대 빌딩에는 수천 수만 명의 학부모 피와 땀이 서려 있을 게 분명하다. "학원 강사들 중에는 운동권 출신이 많아 이 정권에서는 사교육에 칼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냉소가 시중에 떠도는 것을 이 정부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입시제도가 불확실해질수록 학부모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방어적 선택은 사교육에 더 `올인`하는 길뿐이다.
그만큼 소비를 더 갉아먹을 게 확실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캐치프레이즈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내걸어 선거 판세를 뒤집었다. 핵심을 잘 짚어낸 덕분일 게다. 나도 한마디 해보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소비라고."

[정혁훈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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