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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남북경협에 가려진 한국 경제의 현주소

  • 입력 : 2018.06.03 17:12:19   수정 :2018.06.04 18: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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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식시장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남북 경제 협력이라는 새로운 호재 덕분에 내일 당장이라도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천문학적 투자가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이 팽배하다. 이런 장밋빛 기대처럼 우리 경제가 발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다행히 1.0%를 달성했다. 지난 4월 산업생산과 5월 수출이 반등했다는 점에서 경기 둔화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는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 경제가 올해 3%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전문가도 많다. 한국 경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활동, 가계의 소비활동, 그리고 실업률 지표를 살펴보아야 한다.

기업의 설비투자 활동은 자동차, 항공기 같은 운송장비 분야에서 17% 이상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3.3% 줄었다. 다만 건설 분야에서 수주가 늘어나면서 설비투자가 늘었지만, 건설 분야 투자활동에 대한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는 건축과 토목 분야 모두 전년 동월 대비 무려 42% 감소했다. 피부로 느끼는 투자 위축은 특히 지방 경제에서 매우 심각하다.

가계의 소비활동은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사교육비 지출 때문에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 말 가계부채는 1468조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에 비해서는 8.0%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득증가율이 3~5%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최악의 경우 가계가 파산할 수 있으며, 극심한 소비 위축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70.1%였다. 이 중 원금 및 이자 지급 때문에 가계의 저축 및 지출을 줄이는 가구가 무려 78.7%에 달했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시장금리 상승이다. 미국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매번 동결하기도 부담스럽다.

한국 가계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은 사교육비 지출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1인당 한국 가계가 지출하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원 정도다. 1년 전 대비 무려 6% 증가한 금액이다.

사교육비 평균치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은 자녀 1인당 필요한 사교육비의 총액이다. 취학 전 2년간 영어유치원 비용이 약 2400만원, 초등학교 6년간 학원비 약 4000만원, 중·고등학교 6년간 학원비 약 4000만원, 해외 어학연수 비용 및 취직 준비를 위한 학원비가 4000만원 정도다. 자녀 1명당 대학 졸업까지 소요되는 사교육비 총액은 무려 1억5000만원에 달한다.

한국 경제의 실업률 역시 심각하다. 지난 1~2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주요 7개국(G7) 대부분은 실업률이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난 2월 3.6%에서 3월 4.0%, 4월에는 4.1%로 상승했다. 2001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조사 기간 중 한국 외에 실업률이 오른 회원국은 스웨덴(5.9%→6.2%)밖에 없었다. 청년실업률 역시 OECD 평균은 낮아진 반면 한국은 9.9%에서 11.1%로 증가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남북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속도만큼 한국 경제의 주요 지표들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남북 간 화해와 평화 정착은 반드시 풀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하지만 남북 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한국 경제의 건강한 체력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를 하고, 가계는 건전한 소비를 하며, 청년들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남북 경협과 한국 경제는 굴러가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최저임금과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정부와 여당이 외교에만 매달릴 수 없는 이유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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