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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한류 이야기] 밥심으로 사는 사람들

  • 입력 : 2018.05.25 15:54:50   수정 :2018.05.25 15: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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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딸의 안부가 궁금한 어머니의 전화는 `밥은 먹었니?`로 시작된다. 요즘 끼니를 굶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저 자식이 별 탈 없이 잘 지내는가를 묻고 바라는 마음이 `밥`이란 단어에 함축돼 있을 것이다. 어릴 때는 커서 제대로 밥값 하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귀가 아프게 듣고 자라, 자식 가진 엄마가 되고 나니 별것 아니라고 치부되는 밥 짓기와 가사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일을 시작하니 밥 벌어 먹고 살려면 남들보다 몇 배로 더 노력해 일을 해야 한다고 하고, 열심히 일하다 지칠 때면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것이라며 밥 먹고 기운 차리라 한다.
기운 차려 열심히 일해야만 내 밥그릇 남에게 빼앗기지 않고 살 수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이 `밥`이란 놈은 도깨비처럼 그 형체를 마구 바꾸어 내 평생을 따라다닌다. 한국인에게 `밥`과 `먹다`의 의미는 우리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에 적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밥`의 사전적 의미는 쌀·보리 등의 곡물에 물을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한국인의 주생활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주식으로 밥상에 펼쳐진 반찬을 팔레트라고 치면 한 그릇의 밥은 도화지가 되어 각기 그 반찬의 맛이 색으로 표현되게 만들어준다. 보편적인 식사를 뜻하는 것 외에도 `밥`은 우리의 기본 생존권에 가장 기초가 되는 일거리, 월급, 건강과 사람됨을 대신한다. `먹다`는 먹는 행위를 넘어 마시는 모든 행위도 포함해 쓰이는 것이 타 언어와의 큰 차이다. 그뿐이랴, 나이를 먹고, 마음을 먹고, 겁도 먹고, 욕을 먹으며, 돈, 화장, 벌레, 1등에도 `먹다`라는 동사가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에겐 `밥을 먹는 행위`가 사람 사는 모든 것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가족을 의미하는 식구(食口)는 굳이 혈연으로 묶여 있지 않아도 한 집안에서 같이 살면서 끼니를 함께 먹는 사람이란 뜻으로, 우리네 정서에만 있는 `정`이란 단어와 함께 배고픈 이웃들을 함께 보듬어 같은 밥상에서 밥을 나누었던 것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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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월 `식량원조협약(FAC)`에 가입해 해외에 식량을 원조하기로 결정하여 5월 10일 군포항에서 쌀 5만t을 아프리카, 중동의 5개국으로 보냈다. 1954년 식량원조국으로 등록돼 1970년대 말까지 44억달러라는 막대한 지원을 받고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첫 번째 사례는 다름 아닌 우리 대한민국이다.

세계 인구 전체를 먹일 수 있을 정도로 식량 생산량이 늘었지만 아직 8억명의 세계 인구가 식량 부족에 처해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전 세계 아홉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니 이웃 간에 누구라도 굶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려는 따뜻한 정서에서 시작된 `밥은 드셨어요, 밥 한번 먹지요`라는 우리의 인사말이 아직도 필요한 때인 것이다.

톨스토이 대표 단편으로 불리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추운 겨울 외투 하나를 부부가 같이 나눠 입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 구두수선공 시몬이 등장한다. 내일 먹을 빵도 제대로 없는 이 가정에 벌거숭이 나그네를 선뜻 들인 시몬 부부는 음식을 나누는 빵심을 발휘한다.
이 나그네는 하늘의 명을 어긴 벌로 땅으로 떨어진 미하일이라는 천사다. 그는 벌을 대신할 세 가지 해답을 찾은 후에야 거룩한 빛을 온몸에서 내며 그 답을 시몬에게 들려준다. 첫째,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에는 헐벗은 자신에게 쉼터와 먹을 것을 주는 사랑이 사람에겐 있음이요,

둘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에는 한 치 앞의 죽음도 보지 못하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가장 필요한 것을 알지 못함을, 마지막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이웃의 죽은 엄마 대신 남겨진 아이들을 돌보며 행복해하는 부인을 예로 들며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답을 주고 그는 떠난다. `밥`이 의미하는 사람의 기본 생존권을 넘어 사랑으로만 살 수 있는 따뜻한 `밥심`, 즉 `밥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고된 `밥 벌어 먹어야 사는 삶`의 쳇바퀴 속에서도 살아 볼 만한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식전문가 한윤주(콩두 푸드&컬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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