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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필의 인생 낚시터] 억지로 힘 빼려 애쓰지 마라

  • 입력 : 2018.05.23 17:03:04   수정 :2018.05.23 17: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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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통뼈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동안 운동을 두루 좋아해서 축구부터 무술까지 여러 가지를 했다. 그러다 보니 나와 축구를 하다가 부상당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제 인생 한 갑자를 돌면서 깁스와 붕대 감으며 손발을 요란하게 놀리는 것보다는 차분히 내공을 쌓아야겠다는 마음에 호흡 수련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감옥에 있을 때 혼자 수련한 방법과 달라서 고생을 했지만 2년째가 되자 얼추 적응하는 듯했다. 새로운 자세를 배울 때마다 체력으로 모양을 내려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부님이 힘을 빼라 하신다. 힘쓸 때는 담이 들고 고통만 컸는데, 힘을 빼면 신기하게도 자세가 더 잡힌다. 그렇게 겨울 내내 열심히 해서 자세는 좋아졌는데, 호흡은 자연스럽지 않아 자꾸 의식을 하게 되었다. 그럴수록 힘을 빼는 데 정성을 쏟았다.

그러던 지난 초봄, 수련을 마치고 차를 마시면서 사부님이 한 말씀 툭 던지신다. "힘 빼려 애쓰지 마라."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어디에서 막혀 있었는지. 과업에 집중하듯이, 힘을 빼려고 숨 내쉬기를 의식적으로 열심히 한 것이다. 정신 차리고 가만히 내 호흡을 들여다본다. 저절로 일어나는 호흡을 그냥 따라서 한다. 그다음부터 호흡이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이를 계기로 뭔가 깨치게 되면서 50+인생학교 입학식 때마다 내가 늘 하던 말을 돌아보게 되었다. 2016년부터 필자는 서울시와 함께 50대 은퇴 이후 `조금은 다른 삶에 의미를 더하는 50+인생학교`를 기획하고 있다.

첫째, 힘을 빼자. 은퇴 이후 제2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작지만 의미 있는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익숙했던 관행과 격식, 의전 따위를 걷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명함을 건네지 말고, 주민등록증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 인생학교에 온 젊은 기업 대표도 청년 세대와 함께하려는 50+세대에게 다음을 힘주어 말했다. "우선, 너무 경직되어 있다.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둘째, `자식같이 생각하니까`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젊다고 무시하지 말고 젊은 대표를 대표로 대접해야 한다." 모두 뜨끔한 표정이었다.

둘째, 너무 잘하려 하지 말자. 그동안 50+세대는 늘 평가를 받으며 살아왔고,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얻고자 열심히 달려왔다. 이제는 한 학기 동안 인생학교라는 쉼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함께할 동료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엉뚱한 일에 뛰어들어 실패도 해보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어영부영 쉬어야 한다. 그렇게 익숙했던 자신을 흔들고 함께할 동료들과 놀아봐야 한다.

그렇게 수강생들에게 힘을 빼야 한다는 메시지를 종종 던지고, 하다못해 뒤풀이에서 건배사를 하는 것도 거부할 만큼 형식적인 것을 없애려 노력했다. 그 결과 50+인생학교 안에서는 새로운 문화가 슬슬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제 나이로 대접 받으려는 분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벌써 4기 졸업생을 배출한 서부캠퍼스, 2기 졸업생을 배출한 중부캠퍼스에서는 졸업생들 이 젊어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지금 50+세대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주역이며, 자신이 활동한 분야에서는 풍부한 노하우와 네트워크, 건강과 의욕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대접 받으려 하고, 늘 가르치려 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꼰대` 티를 안 내게 되니까 예전에 일하던 분야에 새롭게 영입되는 분들도 나타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학장단은 점점 늙어가고, 맛이 가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빼라고 말하면서 정작 우리는 힘을 빼려고 너무 애를 썼나 보다. 그래도 이렇게 2~3년 공을 들이고 나면 우리를 대신할 분들이 여럿 나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정광필 50+인생학교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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