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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영토전쟁, 무역전쟁 그리고 환율

  • 입력 : 2018.05.13 17:50:31   수정 :2018.05.13 21: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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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건 `부국강병(富國强兵)`은 나라의 가장 으뜸가는 목표다. 국민의 삶을 풍족하게 하고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나라의 존재 이유기 때문이다. 강한 군대를 유지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므로 `부국`이 `강병`보다 앞에 나온다.

과거에는 부국이 되기 위해 남의 나라를 무력으로 침략해 자원을 강탈하고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어 부를 창출했다.
로마나 몽골 등 역대 강대국은 이 방법을 사용했다. 일단 부국이 되면 강병을 하고 다시 부국이 되는 선순환(?) 구조였다. 이른바 `영토전쟁`의 시대였다. 이러한 `영토전쟁`이 비윤리적이라는 자각이 확산되면서 각국은 물리적 침략보다는 무역을 통해 국가의 부를 늘리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수출은 많이 하고 수입은 적게 해서 이익을 많이 내는 방식이다. 금 보유량을 국부와 동일시했던 `중상주의`는 극단적인 예다. `무역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영토전쟁`이든 `무역전쟁`이든 강대국이 주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미 흑자를 보이고 있는 국가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잠잠하던 `무역전쟁`이 크게 번질 조짐이다. 미국의 조치에 또 다른 강대국인 중국이 보복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강대국끼리의 전쟁은 상처가 크기 때문에 모종의 타협이 이뤄질 것이다. 이번주 미국에서 열릴 제2차 미·중 경제대화채널에서 대부분 타결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강대국이 아니면서 국제수지 흑자 국가인 우리나라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영토전쟁`의 무기가 `총과 칼`이라면 `무역전쟁`의 무기는 `관세와 환율`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두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다. 일제의 총칼에 밀려 1910년 강제합병을 당했고, 환율에 대한 오만과 무지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다. 지금이 그때 상황과는 완연히 다르더라도 잘못 대처하면 국가적 불행이 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우리 경제의 강점과 취약점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공격·방어 전략이 필요한 때다. 제조업 등 실물 부문에 비교우위가 있는 우리로서는 낮은 관세가 유리하다. 양자(兩者) 간 협의는 주고받기가 가능해 낮은 관세율 유지가 가능하다. 반면에 다자(多者)간 협의는 국가별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합의 자체가 어렵고 자유화 수준도 최소한에 그칠 수밖에 없다. 양자 간 협의를 기본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경제는 외국의 투기적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축통화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환율은 유일한 방어 수단이다. 여러 경제지표 중에서 환율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이유다.

2010년 9월 환율 문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미국 달러 대신 새로운 기축통화로 삼아야 한다고 반격했다. 하지만 중국은 슬그머니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용인해 미국 체면을 살려줬고 때마침 열린 다자간 협의체인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환율에 대한 `일반적 합의` 문구를 도출해 갈등을 무마시켰다.

중국의 대응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환율은 다자간 협의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을 직접 상대하기는 버거우므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싱가포르나 호주 등과 연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자간 협의체에서 환율 문제를 의제로 삼아 `원론적인 합의`를 도출하면 된다.


최근 상황을 볼 때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불가피해 보인다. 공개해야 할 내용과 주기는 나라마다 각각 다르며 통일된 국제 기준이 없는 상태다. IMF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외환시장 개입 공개에 대한 공통 규범`을 만들자고 제안하면 어떨까 한다. 미국을 설득할 시간과 명분도 생기고 다른 나라의 협조도 기대할 수 있다.

[신제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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