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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남북문화교류 콸콸 흐르길

  • 김주영 
  • 입력 : 2018.05.13 17:47:44   수정 :2018.05.13 21: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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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사석에서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북 단일팀 출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북한이 미사일 쏘고 난리인데 이 상황에서 그게 있을 법한 얘기냐"며 믿지 않았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고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 공연이 열리는가 하면, 얼마 전엔 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 결성이 타결됐다.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이 동인이었겠지만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예술단 상호 방문 공연은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평양 공연을 한 남측 예술단을 청와대로 초대해 "교류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치의 일이지만 그 교류에서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은 문화·예술·체육이 자체적으로 가진 힘"이라고 치하했다. 또 "남북 간 교류가 더욱 콸콸 멈추지 않고 흘러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그동안 남북 교류의 우선순위에서 문화 교류는 항상 정치적 합의 이후 부수적인 조치로 취급됐다.

하지만 진정한 민족의 통일은 체제 통합보다 문화의 통합과 문화적 동질성 회복에 있다. 문화 교류를 통해 상대 사회를 간접 체험함으로써 통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통일 이후 문화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이질화돼 있는 남북한 문화는 앞으로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 `콸콸 흐르는` 상시 교류로 해소해야 할 과제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다음날인 1989년 11월 10일 서독 제4대 총리 빌리 브란트는 "오늘은 긴 여정 후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겨우 중간 역에 도착했을 뿐입니다. 우리 독일인이 서로 가까워지는 것, 바로 그것이 문제입니다"라고 천명했다.

그의 말은 맞았다. 통일 후 오랜 기간 독일 경제는 어려웠고 실업률 증가로 고통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동독과 서독 간 정서적인 이질감을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통일된 지 10여 년이 지난 2001년께 동독지역 예나에 있는 독일인 친구집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그런 분위기는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반체제 집단인 스킨헤드가 거리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었고 철도 도로 등 사회 인프라도 서독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낙후돼 있었다. 동독 출신들은 이등 국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서독 출신들과 갈등의 골이 깊었다.

그런데 사실 동독과 서독은 통일 이전에 이미 길고 긴밀한 교류를 해왔다. 1972년 동서독 간 기본 조약 체결 이전부터 민간단체 간 문화 교류를 이어갔다. 1961년 함부르크에서 양독 작가회의가 소집되는 등 인적 교류가 있었고 1980년대 중반 동독 주민 70%가 거의 매일 서독 TV를 보고 라디오를 들었다. 통독에 앞서 1986년에는 양국이 문화협정을 체결하고 이듬해 전시, 연극 공연, 학술, 출판 등에서 대규모 문화 교환 프로젝트도 가동했다. 한 문화예술계 전문가는 "동서독 통일 전에 600번 넘는 문화 교류 행사가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통일 수십 년 전부터 문화 교류를 했음에도 통일 후에 정서적 화합을 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었던 독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남북 교류 역사가 일천한 상황이라 갈 길이 한참 더 멀다. 2001년 문화부 장관의 방북 회담에서 문화협정 체결 전 단계로 `문화 분야 교류 합의서`를 체결하고 남북 문화부 장관 회담 정례화에 합의했지만 이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모든 논의가 백지화됐다. 이번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려가 앞서는 이유다. 정치에 휘둘려 문화 교류 합의들이 이행되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혹여라도 미·북정상회담이 우리 기대에 못 미쳐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급랭하더라도 어렵사리 다시 물꼬를 튼 남북 문화 교류는 정치 상황과 연계하지 말고 장기적 안목으로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 있게 지속돼야 한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은 `경평 축구뿐 아니라 농구도 함께 하자. 북한 교예단을 남쪽으로 보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빌리 브란트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계속 만나고 또 만나야 한다.

[김주영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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