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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식품의 과학] 요즘 평양냉면이 '뜨거운' 이유

  • 입력 : 2018.05.11 15:56:12   수정 :2018.05.11 1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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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보통 따뜻하게 먹는다. 그래야 향도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소화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냉면은 좀 특이하게 차가워야 제맛이다. 차가운 냉면이 이번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남북정상회담에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요리가 많이 등장했다. 과거에 통일을 위해 힘쓴 분들 고향의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들이 많았고, 망고무스를 단단한 초콜릿으로 감싸고 그것을 깨트림으로써 남북이 하나됨을 표현한 디저트도 있었다.

이번 회담에는 워낙 명장면과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음식은 끼어들 틈이 별로 없을 것 같았는데, 냉면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화제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실 평양냉면은 처음에는 밍밍해 이것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거듭 먹다 보면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는 예찬론자들이 많았다. 단번에 그 매력에 빠져들긴 힘들지만, 감각을 집중해서 먹다 보면 점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하니 `일정한 경지에 올라야 아는 맛`이라는 자부심까지 있던 음식이다.

그러던 차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특별히 평양의 냉면을 요청했고, 북한이 수용해 양국 정상이 같이 냉면을 즐기는 모습이 방송돼 그 열기가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만찬장에 등장한 냉면은 판문점 북측 관리지역인 통일각에서 만들어져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회담장에 배달됐으니, 남한에 배달된 최초의 북한 음식이라는 타이틀까지 가졌다.

냉면은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왜 최근에야 각별히 애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일까. 특별한 식재료, 고급 식재료를 이용해 맛을 내는 것은 특별하지 않다. 감동에는 추가적인 요소가 필요한데 본인이 인정받고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에서 오는 경우가 많고, 익숙한 재료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깊이를 보여줄 때 우리는 진정으로 감동한다.

냉면은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그 조리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 복잡한 조리과정을 거쳤지만 맛이 일관성이 있으면서 미묘함과 깊이가 있다. 맛과 향이 어울려 어디까지가 맛이고 향인지 구분되지 않고, 여러 재료가 어울려 무엇 때문에 맛이 있는지 꼬집어 내기가 힘들다. 사실 맛은 그렇게 조화돼 구분되지 않을 때 깊이가 생긴다. 그리고 그런 깊이와 섬세함에 감동하려면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


맛은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 때 제대로 피어난다. 음식에는 이념이 없다. 남북 관계가 그렇게 혹독한 시기에도 평양냉면을 먹는다고 친북세력이라 하지 않았다.

[최낙언 식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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