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책과 미래] 세월호가 일어섰다

  • 입력 : 2018.05.11 15:54:22   수정 :2018.05.11 16:02:38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30109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자연은 참혹하다. 사랑스러운 아내를 얻어 어여쁜 아들딸과 오순도순 살려고 하는 인간의 바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진이나 홍수, 분화나 산불 같은 끔찍한 재해는 한순간에 평온한 일상을 망가뜨린다. 구약성서에서 욥에게 고난을 내린 하느님이 말한다.
"네가 천상의 운행 법칙을 결정하고 지상의 자연 법칙을 만들었느냐? 너는 구름에 호령하여 물을 동이로 쏟아 땅을 뒤덮게 할 수 있느냐?" 이유를 알 수 없는, 속절없는 재난으로부터 욥은 인간의 무능함을 깨닫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유한성을 느낀다. 그러나 좌절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욥은 그로부터 신적 지혜를 얻는다. `티끌과 잿더미에 앉아` 고백한다. "당신께서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소문으로 겨우 들었는데, 이제 저는 이 눈으로 당신을 뵈었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다. 모든 것을 잃고 `잿더미의 존재`로 전락한 순간에도 고난을 축복으로 바꿀 줄 아는 힘이 우리에게는 있다. 고통을 진리의 디딤돌로 삼아 `더 나은 존재`로 일어서고자 하는 힘이 우리에게는 있다. 그리스인들은 이를 `고난을 통한 지혜(Pathei Mathos)`라고 불렀다.

역사는 잔혹하다. 인간은 천사가 아니다. 일찍이 순자(荀子)가 말하듯, 욕망을 어쩔 수 없는 존재다.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경쟁하고 질투하며 갈등하고 불화한다. 소요를 일으키고 전쟁을 불사한다. 사람들은 흔히 착각한다. 순환과 질서가 세상의 기본 법칙이고, 혼돈과 변화는 일시적 오류나 순간적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세상 만물은 유동한다. 우주는 팽창하면서 무한한 변동성을 공급한다. 순간순간 변화하면서 우발적으로 질서를 생성하는 카오스라는 형태로 존재한다.

무너지고 흩어지며 깨지기 쉬운 삶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참모습이다. 빅토르 프랑클은 말한다. "인생에 질문을 던지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인생 쪽에서 던지는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면서 사는 것이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거세고 힘들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할까를 물으면서 그 질문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다. 세계가 던지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의 인간성은 거기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나치수용소에 수감된 유대인들은 나날의 공포와 절망에 지지 않고, "그럼에도 삶에 대해 `예`라고 말하려네"라는 노래를 불렀다.
인간이 절망의 존재가 아니라 희망의 존재임을 증명했다.

참혹과 잔혹 속에서 인간은 역사를 이룩해 왔다. 깊은 바다에 억울하게 누웠던 세월호가 일어섰다. 우리가 누구인지 대답할 때가 되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사회 초년생 1억 만들기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