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세상사는 이야기] '가짜' 두려움을 넘어야 '진짜' 나를 만난다

  • 입력 : 2018.05.11 15:54:18   수정 :2018.05.11 17:13:04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301095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잊을 만하면 우리 직원들이 하는 말이 있다. "대표님만 가만히 계시면 우리 회사는 흑자예요."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끊임없이 일을 벌인다. 얼마 전에는 내가 만든 비영리 패션 브랜드 엠케이앤릴리(MK&LILY)의 첫 패션쇼를 했다. 생전 안 해보던 일을 처음 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미혼 엄마들을 위한 패션쇼이다 보니 도와주는 분들도 많았지만 100여 명이 함께 움직이다 보니 조율할 문제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 과정에서 겉으로는 용감한 척했지만 나는 사실 두려움에 떨었다. `전문 디자이너도 아닌데 옷이 저게 뭐냐고 욕하면 어떡하지?` `기사가 안 좋게 나오면 어쩌나…` `당일날 사람들이 많이 안 오면?` 등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밤마다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발등을 찍다가 아침이면 마음 다잡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패션쇼는 성황리에 끝났다. 8명의 미혼 엄마들이 당당히 런웨이를 걸었고, 그들을 응원하는 17명의 연예인 엄마들이 내가 만든 옷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여러 매체에 소식이 실리며 미혼 엄마들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고, 그들을 돕고 싶다는 연락도 꽤나 받았다. 맨 처음 패션쇼를 떠올리면서 상상했던 많은 것들이 눈앞의 현실이 된 것이다. 패션쇼 당일, 현장을 직접 지켜봤던 한 지인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원장님은 머릿속의 가짜 생각들을 진짜로 만들어내셨네요.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드셨어요?"

순간, 뭔가 마음속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내가 밤마다 싸웠던 그 많은 생각들, 당장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그 리얼한 공포가 지나고 보니 다 가짜였구나.

우리는 누구나 처음 꿈꿀 때 `진짜` 같은 꿈을 꾼다. 머릿속 상상이 현실이 됐을 때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울지를 생생하게 상상한다. 그러나 그 진짜를 현실 속 진짜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도 내 꿈이 맞는다고 얘기해주지 않을 때, 나 혼자만 이 길이 맞는다고 믿는 것이다. 그 외로움은 스스로 수많은 걱정과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그 공포가 너무나 생생하고 당장 내일 닥칠 현실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가슴에 품었던 꿈들이 `가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넘어 마침내 가고자 했던 그곳에 다다르면 알게 된다. 나를 괴롭혔던 그 많은 것들이 결국 가짜였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의 감정과 만나게 된다. `해냈다`는 성취 안에 들어 있는 선물. `나는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존감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존감은 너무나 소중해진다. 젊은 날에는 웬만한 가짜와 싸운다 할지라도 싸울 힘도 있고, 진짜를 만들 기회도 많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몸이 늙을수록 채워져 있던 자존감도 점점 빠져나가게 된다. 이 때문에 꾸준히 자존감을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그마저도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다. `이걸 해야지`라고 결심한 내가 진짜가 아니라 그걸 결국 해낸 내가 진짜다. 그렇게 가짜만 데리고 살다 보면 사람은 자연히 우울해지게 돼 있다.

이달 말이면 나는 또다시 진짜 나를 만나러 떠난다. 호주, 캐나다, 미국에 있는 교민들을 만나기 위해 한 달간 첫 월드투어 토크쇼를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니 직원들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본다. 그러나 해외에서 오랫동안 내 강의를 들어주고 응원해준 고마운 분들, 이국 땅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분들에게 작은 용기라도 줄 수 있으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수많은 어려움들이 있겠지만 이 여정이 끝나면 또 하나의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짜 같은 가짜와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 이 두려움의 끝에 진짜가 있다고. 그걸 만나는 순간, `진짜` 괜찮은 당신을 만날 거라고.



[김미경 김미경TV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사회 초년생 1억 만들기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