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살충제 달걀, 그 후…밥상은 이제 안전한가

  • 이은아 
  • 입력 : 2018.05.10 17:18:49   수정 :2018.05.10 17:5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29858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도자료를 하나 배포했다. 동물용 의약품 성분인 니트로푸란계 대사물질 중 하나인 SEM이 검출된 미국산 냉동 닭고기 제품의 판매를 중단·회수 조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닭고기는 미국 한 작업장에서 도축·가공됐고, 작업장 이름은 `앨런패밀리푸드(Allen Family Food)`로 표기됐다. 앨런패밀리푸드는 2011년 경영난으로 국내 기업 하림과 중국 기업에 분할 매각됐다.
하림이 인수한 업체는 `앨런하림푸드`로, 또 다른 회사는 `아믹팜스`로 이름을 바꿔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닭고기는 아믹팜스에서 가공된 제품이었는데, 보도자료에 앨런패밀리푸드로 표시되는 바람에 하림에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고, 식약처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정정했다. 하림은 누명을 벗었고,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국내 최대 육가공 업체 하림이 독성물질이 포함된 닭을 수입해 유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날 판매중지 회수 대상 제품은 46만1292㎏으로 연간 닭고기 수입 물량 21만t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언론도, 소비자도 이 뉴스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맹독성물질이 검출된 닭이 유통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닭사료에 금지된 항생제 사용으로 발생하는 니트로푸란 성분은 유럽연합(EU)이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이런 성분이 어떻게 닭에서 검출됐는지 명확한 경로를 따질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제품이 완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수입된 냉동 닭은 발골 공장과 육가공 공장을 거쳐 닭고기 가공식품 업체로 넘어간다. 가공식품 업체들은 이 닭을 원료로 각종 가공식품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식품은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어제 내가 안주로 먹은 치킨가라아게가, 오늘 내 아이가 먹은 학교급식 속 치킨너깃이 이 닭고기를 원재료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남은 제품을 회수하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닭이 어디로 흘러가 어떻게 가공되고, 유통됐는지 역추적을 하지 않으면 누가 최종 피해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식품 업계의 한 원로 기업인은 "니트로푸란계 항생제는 세계적으로 자취를 감춘 항생제"라며 "문제가 된 제품을 폐기하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수입자부터 발골·가공 공장의 루트를 찾아 최종 가공식품까지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은 옳다.

한국인들은 전보다 가공식품을 많이 먹고, 외식을 많이 한다. 수입 식품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7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식비에서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달한다. 테이크아웃·배달은 10.7%, 외식도 21.3%에 달한다. 가정에서 아무리 안전한 원재료를 구입한다고 해도 가공식품과 수입 식품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살충제 달걀, 간염 소시지 파동을 겪으며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관계당국도 신뢰 회복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통계청의 `2016년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먹거리가 매우 안전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1.5%에 불과했다.
비교적 안전하다는 응답도 15.9%에 그친 반면 비교적 불안하다(31.9%), 매우 불안하다(9.7%)는 응답은 훨씬 많았다.

수입 식품 안전에 대한 인식 조사(2012년) 결과도 마찬가지다. 매우 안전하다(0.8%), 약간 안전하다(7.2%)는 응답에 비해 약간 불안전하다(42.5%), 매우 불안전하다(12.2%)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민들이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며 맥주 한잔에 치킨 안주를 곁들일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급식 반찬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날릴 때 `혹시 내가 먹는 음식에 맹독성물질이 섞여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까지 하게 해서는 안된다.

지난해 있었던 살충제 달걀 파문 이후 우리 밥상은 더 안전해졌을까.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