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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대학입시, 새로운 프레임 짜야

  • 입력 : 2018.05.10 17:12:39   수정 :2018.05.10 17: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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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입 정책 결정을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로, 국가교육회의는 대입개편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로, 결국 국민에게 떠넘겼다. 객관식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는 입장과 학생부종합전형이 교육적으로 더 타당하다는 입장 간 갈등이 연일 보도된다.

승자 없는 싸움이 될 것이다. 객관식 상대평가 수능으로는 미래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공정해도 이길 수 없다.
학종은 더 타당하더라도 중하위권에게 사실상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 상태로는 공정 명분을 이길 수 없다. 양쪽 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만 하다가 획기적인 변화 없이 마무리될 것이다. 누가 이기든 현재의 평가 내용이 패러다임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어차피 길러지는 능력은 같을 것이고 그리하여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역량을 기를 수 없는 것은 동일할 것이다. 2022년 이후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답도 없는 이 싸움을 매년 공론에 붙일 것인가? 대입 제도는 무엇을 얼마만큼 반영하는지의 비율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학생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아예 교육의 방향 자체가 틀렸으면, 그 교육 체제에서 성공한 집단도 이 시대에 더 이상 성공이 아니라면 논의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선진국의 대입 수능 문제를 살펴보자.

"`히틀러의 대외 정책은 독일의 1차 대전 패배를 복수하고 싶은 원한에 기반했다`는 주장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논하시오."(영국 A레벨 역사 시험)

"현실이 수학적 법칙에 따른다고 할 수 있는지 논하시오."(프랑스 바칼로레아 자연과학 시험)

"`학교는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인생을 준비해주고 있나`라는 주제로 교육부 장관에게 인터뷰할 문안을 작성해 보시오."(독일 아비투어 외국어(영어) 시험)

"시간은 문학 작품의 중요한 주제다. 시간은 `미래를 위한 희망` `잃어버림과 슬픔` `추억의 중요성` 등 인간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공부했던 작품 중에서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 논하시오."(인터내셔널바칼로레아(IB) 한국어 시험)

영국, 프랑스, 독일, IB는 전 과목 모두 한 문제당 몇 시간씩 논술을 해야 하는 이런 절대평가 시험이 `수능`이고 `내신`이다. 미국의 수능은 선다형이 주를 이루기는 하나 내신은 절대적으로 논술과 수행평가로 `꺼내는 교육`이다.

반면 수능과 내신이 전 과목 객관식 상대평가인 우리 교육은 꺼내는 교육이 아닌 `집어넣는 교육` 패러다임에 여전히 머물러 있고, 그리하여 선진국 학생들과 다른 종류의 능력을 기르고 있다. 우리가 집어넣는 교육만으로 100% 시험 보는 내용을 저들은 약 25%만 평가한다. 나머지 더 큰 비중이 `꺼내는 능력` 평가다. 치열한 경쟁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경쟁을 뚫고 성공한 아이들조차 시대적 경쟁력이 없다는 것, 이것은 곧 나라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주목할 점은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IB 모두 표준화된 입학시험을 대입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수능 없이 입학할 수 있는 전형이 없다. 대부분 내신도 중시한다. 미국을 제외하면 비교과 활동을 대입에 별도로 반영하지 않는다.

다만 소논문이나 창의체험활동 등 유의미한 비교과 활동을 아예 교과처럼 정규 내신에 포함시켜 모든 아이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준다.
선진국들이 이처럼 입시와 내신으로 대입을 결정하는 것은 이것이 가장 공정하면서 학교 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치명적인 한계를 지닌 현재의 수능과 학종으로 전 국민을 싸움 붙일 것이 아니라, 공정과 타당을 모두 해결하는 미래 패러다임으로 대입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수능과 내신 시험문제를 `꺼내는 교육`을 평가하도록 선진화하고, 유의미한 비교과 활동을 내신으로 포함시켜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면 학종이 따로 필요 없게 된다. 물론 이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 혁파는 필수다. 일본도 꺼내는 교육으로의 대입 혁명을 10년 플랜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승자 없는 소모적 싸움만 계속할 것인가.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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