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자본시장 zoom in] 투기자본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 입력 : 2018.05.09 17:04:29   수정 :2018.05.09 19:13:34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295268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남북정상회담 관련 뉴스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경제계 관련 톱 뉴스는 단연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행태에 관한 연이은 폭로, 그리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대정부 손해배상 협상 청구`이다.

한진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은 조양호 회장 일가의 부적절한 언행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연거푸 쏟아내었고,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보았다며 우리 정부에 맞서는 한편, 현대차그룹에 대해서는 주주 환원 개선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사건들이 일견 별개로 보이지만 사실 연관성이 없지 않다.
현재의 대기업들은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주체가 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어느덧 훌쩍 커서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동안, 경영승계 방식이나 기업지배구조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노력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개방된 자본시장 제도를 채택한 이상 외국 투자자의 지분 취득을 막을 방도도, 가려서 받을 방도도 없다. 장기적 안목을 가진 국부펀드 같은 곳도 있고 단기 투자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도 있다. 또한 기업의 수익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자본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어 지배구조나 현 경영진의 미진함을 개선시킴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여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이벤트를 만들어 주가를 띄워 수익을 내는 펀드도 있다. 우리가 불편해 해도 투자와 투기가 공존하는 그곳이 바로 자본시장이다.

엘리엇은 삼성 계열사 합병 반대 시 7.12%의 삼성물산 지분을 갖고 있었고, 현재 현대차그룹 핵심계열사 보유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아도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의 지분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긴장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들이 지분도 소수인데 턱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라면 사실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어딘가 약점이 있거나 아니면 이들의 이야기가 다수의 여타 투자자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기에 그럴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취약함은 경영권 승계, 총수나 그 일가의 전횡, 기업 재원의 개인목적 남용, 이름뿐인 사외이사 제도 등에서 온다. 이를 개선하지 못하면 항상 수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서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선진 자본시장에 비해 한국만 유별난 제도를 도입할 방도는 없을 것이다. 물론 정부가 상속세제 등 글로벌 시장의 그것과 비교해 개선할 여지가 있는 분야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는 오히려 탈법 승계를 조장하게 되기에 그렇다.

한편 우리 대주주들도 상장기업은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을 더욱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일부 행동주의 펀드들이 치우친 면이 없지 않으나 우리나라 소액주주들의 속내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2003년 SK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영국계 투기자본인 소버린은 2년 만에 거금을 벌고 떠났지만, 결과적으로 SK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고 많은 소액주주들 또한 이익을 보았다.
SK는 이 과정에서 투명경영위원회 설립과 사외이사 비율 확대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며 국내외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었고, 돌이켜 보면 SK의 사세는 이 사건 이후 오히려 더 크게 성장했다.

`IMF 위기`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권의 건전성과 기업 재무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리고 이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시 버팀목이 되었다. 근래의 행동주의 펀드나 투기자본의 공세를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 경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모든 면에서 명실공히 글로벌 선도기업의 반열에 우뚝 서게 되는 기회로 삼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