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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트럼프의 거래

  • 노영우 
  • 입력 : 2018.05.06 17:20:45   수정 :2018.05.06 17: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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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거래의 달인이다. 거래를 통해 성공했고 많은 것을 이뤘다. 자신의 거래 비법을 담은 책 `거래의 기술`도 내놔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그의 책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라`와 `최고의 물건을 만들라`는 거래의 정석에 가까운 내용도 있지만 `언론을 이용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는 등의 다소 야비한 전술도 담고 있다.
책은 그가 갖고 있는 기술의 극히 일부분이다. 책에는 없지만 그의 몸에 체화된 거래의 기술은 10배, 100배 더 많다. 그가 "돈을 벌기 위해 거래하지 않고 거래를 위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예술"이라고 말할 때는 진정한 고수의 냄새가 난다. 빌딩을 짓고 카지노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도 그의 거래는 빛났다.

정치적 마이너리티였던 그가 워싱턴의 수많은 정치 엘리트들을 물리친 것도 숱한 거래를 성공적으로 이끈 그의 기술 때문이다. 적국인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거래를 한 혐의로 고생하는 것을 보면 그의 거래 범위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간다.

미국 대통령이 된 후에도 언론과 정치권에서 `모자라고 즉흥적인 인물`로 폄하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래를 이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들었다 놨다 하며 미국의 이익을 챙겼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어르고 달래며 많은 것을 얻어갔다. 한국도 그에겐 만만한 국가였다. 툭하면 한국의 아킬레스건인 미군 철수를 내세우며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많은 것을 뺏어갔고 방위비도 덮어씌울 태세다. 처음엔 얼치기라고 무시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가 `강하고 빈틈없고 야비할 정도로 냉철한 인물`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 그가 곧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를 위한 `세기의 담판`을 벌인다. 그는 취임 후 참모들에게 "김정은과 한 방에만 넣어달라. 그러면 내가 해결하겠다"며 둘 간 담판에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 지금까지 그는 중앙정보국(CIA)을 앞세워 수많은 거래를 했다. 이제 마지막 담판만 담겨놓고 있다.

지금쯤 그의 머릿속에는 협상에 대한 온갖 시나리오와 거래의 기술이 난무할 것 같다. 첫 대면 후 특유의 센 악수로 기선을 잡고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지부터 중간에 대화가 막힐 때의 임기응변책 등 수많은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초 단위로 입력할 것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미국의 세계 전략과 직결된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대 강국 간 외교도 큰 영향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협상이 돼야 11월 중간선거에 유리할지, 노벨상은 탈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생각까지도 머릿속에 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이번 협상은 기존에 그가 했던 거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가 했던 거래 중 생존을 좌우하는 거래는 없었다. 살아 있다는 전제, 앞으로도 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최대한의 이익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반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핵무기로 서로의 생존을 위협한 것이 불과 몇 달 전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생명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을 잃더라도 생존은 지켜야 한다.

이번 협상에 한국과 북한의 삶과 죽음이 걸렸다. 미국인들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협상 결렬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 삶과 죽음의 길에서 이익을 따지는 것은 바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성경, 두 번째는 그가 쓴 `거래의 기술`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책을 금과옥조로 삼아 수많은 거래에서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만큼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을 간직하고 대화하길 바란다. 성경에는 기술은 없지만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다. 협상을 거래가 아닌 신이 만든 똑같은 사람 사이의 소통과 교감으로 보는 목소리가 들어 있다. 무엇보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구원의 방법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기술보다는 신앙과 신념으로 회담에 임한다면 실패는 없을 것이다. 그의 성공은 남북의 성공이고 곧 인류 역사의 성공이다. 전 인류의 생존과 번영은 한 개인이 아닌 신의 영역이다. 신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만남에 인간의 `기술`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노영우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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